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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밍캅 Nov 08. 2024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무단횡단

  얼마 전 벤저민 하디 저서의 퓨처셀프라는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보았다.

  "모든 행동에는 좋게든 나쁘게든 결과가 따른다"

  이 문장을 보고 며칠 전의 일이 떠올랐다.


  야간 순찰 근무 중 횡단보도에 서있는 2명의 남성을 보았다. 그중 1명의 남성이 보행자 신호등이 적색불이었음에도 건너려는 행동을 보이기에 즉시 사이렌을 울리고 무단횡단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였다. 보통 이렇게 경고하면 한두 발짝 건넜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남성은 이를 무시하고 길을 건넜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였고 그는 "미안합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를 반복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를 계도할 생각이 없었다. 경찰차를 보고도, 경찰차의 경고를 듣고도 이를 무시한 채 법규를 위반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실랑이를 반복하다 그에게 범칙금 통고서를 발부해 주고 다시 순찰차에 몸을 실었다.


  뒤돌아서 가던 그가 갑자기 순찰차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창문을 내리라는 손짓을 하더니 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봐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욕설을 듣는 것은 경찰관일을 하며 도가 텄기에 그냥 가려는데 오늘 나랑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얘기를 하며 갔다.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주정차 위반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해 보니 신고자는 아까 그 남성이었다. 그 남성은 분이 풀리지 않은 말투로 "오늘 내가 이 동네를 다 돌아다니면서 신고할 테니까 오늘 한번 끝까지 나랑 가보자, 내가 신고하면 다 나와라"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그 후 그는 지구대로 전화를 수통하면서 불만을 얘기하였다. 결국 팀장님이 전화를 받고 다음 주간근무 때 지구대로 찾아오기로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나는 퓨처셀프 책에서 본 "모든 행동에는 좋게든 나쁘게든 결과나 따른다"는 문구를 보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범칙금 발부를 괜히 한 것일까, 그냥 한번 계도할 걸 그랬나, 하지만 그렇게 봐줬다가 옆에서 법규를 잘 지킨 남성은 뭐가 될까,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가? 아니지 사실은 내가 잘못한 일은 없지 않은가? 보행자 발부 단속을 적극 실시하라고 말한 경찰서장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 얘기를 듣고 지구대 실적이 저조하다고 말한 지구대장이 문제인가, 지구대장의 얘기를 듣고 실적에 보탬이 되고자 행동한 내가 문제인가, 아니면 하필 그 시간에 무단횡단을 한 그 남성이 문제인가, 왜 그 남성은 경고를 듣고도 경고를 무시한 것이었을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집어삼켰다.


  그가 며칠 뒤에 진짜로 지구대를 찾아올지 아니면 잊어버리고 그냥 일상생활을 할지 아직은 모른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저번 야간 근무 때의 일을 곱씹은 것이라는 거다.


  모든 행동에는 좋게든 나쁘게든 결과가 따른다. 그 남성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그렇다. 살아가면서 사소한 행동 하나가 인생에서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한 번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수많은 단속 행위 중 한건에 불과한 일이었기에 이 사소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 나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다. 괜히 신경쓸 일 하나 더 만들어지는 이유랄까. 하지만 그 남성에게는 어쩌면 작은 범칙금 몇만 원이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적대감의 표시였을지도 모른다. 진실이 무엇일지 현재로써는 모르지만 각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자신의 인생을 잘 설계하고 그 인생을 되도록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하지 않을까. 어떤 행동을 하든지 좋게든 나쁘게든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니.




   위 글을 작성한 것이 1주일 전쯤인데 결국 그 남성은 지구대에 찾아오지 않고 결국 헤프닝으로 그날의 헤프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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