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고장 났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에어컨을 틀었다. 31도. 그렇지... 괜찮다. 아이를 샤워시키고 나오면 집은 시원해질 것이다. 그리고 한 시간. 온도는 내려가지 않았다. 실외기도 돌고 에어컨은 작동되고 있었다. 다만, 온도가 내려가지 않았다. 밥을 먹고 샤워를 끝내도 실내 기온은 30도다. 창문을 열 수는 없었다. 차라리 30도인 실내가 습한 집 밖보다 나았다.
퇴근한 남편에게 말했다.
"에어컨이 고장 났어."
"그래? 기사님한테 전화해야겠다."
"음... 남편, 그냥 에어컨을 사자."
남편은 고민했다. 가스를 새로 넣은 지 일 년이안 됐고가동한 지 아직 한 달이되지 않았다.이런 경우는 AS 받을 수 있다. 나도 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냥 하나 사자."
남편은 몇 분 간 생각하더니 생각을 바꿨다.
"그래, 그럼지금 바로 가자."
더운 집에 아이둘 남겨두고 나왔다. 같이 시원한 마트에 가자고 했지만 아이들은 귀찮다고 했다. 그래서 필요한 것 있으면 휴대폰으로 연락하라고 이야기하고 남편과 집을 나와 가까운 마트로 갔다.
7월 초, 시댁 에어컨이 고장 나서 새로 놓아드렸다. 그때 이미 인터넷과 동네 대형 마트를 뒤졌고, 프로모션과 할인 가격은 머릿속에 있었다.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면 가장 저렴한 매장을 다시 찾아 헤멜 이유도 없다. 그래서 3주 전 에어컨을 샀던 매장으로 갔다.
남편은 최저가 모델을 사자고 했지만 나는 부담되지 않을 선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매장에 들어선 지 30분 만에 우리는 모델을 정하고 계약을 했다. 이리저리 할인받고 리워드 금액을 따지니 최저가격 모델과 20만 원도 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3주 전에 시댁에서 산 에어컨 가격과 합쳐서 할인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졌다.
그날 밤, 밤새 헛도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고 잤다. 에어컨 덕분에 습기가 줄었는지 30도인 실내가 불편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큰 비가 지나고 습한 여름, 에어컨은 고장 났지만 화는커녕 감사한 마음이 앞섰다. 이달 초 시댁 에어컨을수요일에 구매했고, 금요일에 받았다. 그리고 우리 집도 이틀만 버티면 새 에어컨이 온다. 에어컨이 이틀 만에 설치되다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결제는 카드 일시불로 했다.역시 카드는 일시불이 제맛이다.일시불로 살 수 있어 감사하다.
남편은 이사 갈 예정이니새 에어컨은 필요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당장 한 달을 써도 이번에는 새것으로 사고 싶은 마음이었다.예전에 친정 에어컨도 내가 사드렸다.7월 초 시댁에 에어컨을 놓아 드렸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우리 집에어컨을 산다.
이달 에어컨 2대 구입비로 이미 한 달 치 생활비를 훌쩍 넘겼지만,괜찮다.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에어컨을 사고 돌아오니딸이 말했다.
"엄마, 그렇게 입고 갔어?"
(집에서 입는 생활복을 입고 감)
"응, 괜찮아. 나는 돈 쓰러 갔으니까."
그리고 딸과 두 손을 잡고 춤을 췄다.
"나는 기분 좋게 돈 쓰러 갔으니까"
신난다.
한 여름, 큰 비가 지나고 가장 습한 기간에 에어컨이 고장 났다. 하지만 괜찮다. 작년, 여름 휴가에서 돌아와 한참 덥고 태풍이 왔을 때 에어컨이 멈췄을 때 나는 너를 원망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