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고맙다!
비정상적으로 포근한 수능 전야다.
이른 아침 창문이 얼지 않고
롱패딩은 커녕 가을 자켓이나
경량패딩을 입어도 충분할 정도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해온 공부를 마무리하고
수십 권의 책을 버리고
자습관과 기숙사 살림을 정리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한 해를 살아온
청춘들.
때때로 불안과 긴장감이 맴돌고
부모님과 통화하며 눈물 흘리는 애들도 있었다
그래도 대다수는 힘든 수험생활,
답답한 기숙학원 생활이
끝난다는 후련함으로 얼굴이 밝았다.
이제 한동안은 이 정도로 치열하지 않고
참고 견디지 않아도 된다.
두 시간 빨라진 일과를 마치고
밤 9시에 숙소로 이동하는 아이들에게
응원 인사를 건넸다.
“고생했다.”
“잘 자라.”
“내일 시험 잘 봐.”
“화이팅!”
“내일 수능 대박나라!”
“잘할 거야!”
“차분하게 집중해라.”
몇몇 아이들이 내 자리까지 찾아와서
인사했다.
“선생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참 고마웠고 뭉클했다.
잔정 많은 아이들,
속정 깊은 아이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매일 얼굴 보며 정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성장했고 성숙했다.
작년 이맘 때는 이런 애들이 없었기에
더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작년에는 불수능이라
수능 보고 돌아온 아이들이 대다수가
결과에 실망했고 속상해했었다.
올해 재수생, N수생들의 뜨거운
피, 땀, 눈물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곳에서 함께한 학생들 모두가
내일 좋은 결과를 얻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이십대 청춘의 길목에서 가장 큰 산을
넘어가는 아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시험장에서 자신의 지식과 영혼까지 다 쏟아내고
저녁에 돌아올 때 밝게 웃으며
돌아오길 기도한다.
내일은 수능 시험을 보고 오면
정말 이별이다. 안녕이다~
다시 보지 말자.
다시는 오면 안 되는 곳이다.
수능 이후의 삶도
아름답게 빛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