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만루홈런 같은 하루

여기가 천국이지, 이게 행복이지

by 비키언니

아침부터 운동하고 병원 가고

다이소 가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오후에는 2시부터 풀로 수업이 있었는데

오늘처럼 만루홈런 친 것 같은 하루가 없었다.

내가 꿈꾸고 기도하던

천국같은 교습소!

천국이 따로 있나

이게 행복이고 천국이지

수업이 늘 100% 만족스럽거나 성공적일 수는 없다.

어떤 날은 파울, 어떤 날은 안타,

어떤 날은 2루타, 어떤 날은 3루타 같은 수업이 있다.

나는 열심히 배트를 휘둘렀는데

열심히 1루를 향해 달렸는데

허무하게 아웃 당해버린 느낌의 수업도 있다.

그런데 오늘 하루는 만루홈런이었다.

첫 스타트부터 하이텐션으로 들어온 아이가

책을 열심히 읽어와서

질문에 척척 답도 잘하고

글쓰기도 전처럼 힘들어하지 않고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발표력수업이라 동영상을 찍어서

어머님께 보내드렸더니

잘해서 놀라셨다고 한다.

출발이 좋아서인지

그 다음 타임도

그 다음 타임도

마지막 타임까지

아이들이 초집중해서

적극적으로 수업하고

열정을 불태워서 글을 썼다.

아이들이 너무너무 고마웠다.

진심이 통하는 느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고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요즘은 수업하고

수업준비하느라

야구를 못 보고있다.

요즘처럼 롯데가 잘하는 날도 없는데

이대호 은퇴 이후 제일 날아다니고 있는데

정작 나는 중계도 못 보고

직관도 한 번도 못 갔다.


하지만 우리 교습소에 오는 아이들이

공부로 안타를 쳐주고

오늘처럼 홈런을 쳐주니

오늘 하루 만루홈런을 친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감사하다.

내일이나 모레 홈런을 못 쳐도 괜찮다.

작은 안타가 모여서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가는 거니까.

일년 내내 경기를 치르는 야구선수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장거리 코스를 달린다.


독서논술은 단시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서와 사고와 쓰기가

쌓여야 발전한다.

훗날 아이들이 돌아봤을 때

스스로 뿌듯해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행복한 선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