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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밥 Mar 21. 2024

속없이 보낸 날.

가끔 하는 생각


어린 시절에 대한 회귀를 막연한 바람처럼 꿈꿔왔을 때가 있었다. 인생의 행간에 '보잘것없음'만 들춰진다거나 '오늘도 즐거웠어'라는 거짓으로 하루를 덮는 날일 때면 더욱. 아껴 놓은 사탕 빼먹듯 눕기 전부터 달달하고, 오늘의 묵직한 애잔함을 녹여줄 것도 같고. 그 애잔함이 인정받지 못한 수고스러움이었단 자위도 되고.  그래서.


그 아득하고 어렴풋한 막연함에 기억을 던져두곤, 매번 끄집어내던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선지 꺼낼수록 허전도 하고 쓸쓸도 하고. 애써 두는 거리감 같다가도 분명 도망가는 건 같아 보이고.



널브러진 정신이며, 풀지 못 한 오해며, 쏟아내다 흘린 기운들 주섬주섬 담고 보니. 그새 인지 벌써 인지 오늘도  가버렸고.


그 오늘이 그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어 기억도 굳어가나 싶지만, 말라버린 회상도 쥐어짜면 녹진한 국물 같은 웃음이 나와 아쉬운 데로 토닥여줄 것만 같고.



나이가 든 건지 철이 없는 건지. 둘 다 아직이라 질척거리는 건지. 없이 보낸 날이면, 꼭 생각 없이 지내던 때를 뒤적거리게 되네.

매거진의 이전글 유달리. 의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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