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괜찮아'를 내 등 뒤에 푯말처럼 박아두고 애써 쓰다듬는 말들을 지레 튕겨낸 적이 있다. 그딴 거 이미 몸에 새겨놨으니 접근 말라는 속 좁은 처지한탄과 궁색한 자기 연민 같은 걸로.치우기 버거운 기억들을 쌓다 보니, 의지와는 별개인 악몽 같은 것들이 꾹 닫은 문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날들이 많아서그랬겠지. 추억은 더 또렷하게, 씁쓸한 기억은 되려 무디게 만들 수 있는 건 의외로 '대화'라는데,내 경우 별 것도 아닌 별스런 주제 없는 대화에서그런 도움을 얻어 간다.비슷한 뜻을 품고 있지만 내겐 확연히 다른 '유달리'와 '의외로'. '유달리'가 하루를 삼키는 날이면, '의외로'를 내세워주거니 받거니하다가 슬쩍 꿈틀거리기도 하고.대화도 하고.
사전적 의미는 ['유달리'- 여느 것과는 아주 다르게], ['의외로'-생각이나 기대 또는 예상과 달리]. 몸이 기억하는 의미는 한 녀석은 바닥에 좀 더 치우칠 때, 다른 녀석은 그나마 추켜세울 때고, 다른 말로 자빠져 지낸 날과 기어 나온 날로, 더 쉽게는 울증, 조증으로 나눈다. 내겐.
두 단어 모두 약간의 긍정이나 부정, 약간의 좋고 싫음을 함께 표현할 수 있지만, '유달리'는 부정적, '의외로'는 긍정적인 상황이 더 배어 있는 건 둘을 대하는 내 습관 같은 게 있기 때문일까..? 유달리 축축 쳐지는 날이면, 의외로 툭툭 쳐주는 대화가 일으켜 주는 것처럼.
유달리 '유달리'에 빠진 유달리 이상한 날.의외로 '의외로'가 도움이 되었다는 게 의외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