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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Dot Jan 06. 2024

혐오와 차별 2편

혐오의 존재 이유

사실 혐오는 인류의 생존 전략 중 하나였다. 과학과 지식이 발달하지 않은 초창기 인류에게 호기심은 독이 되기도 했다. 무지의 상태에서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행동들로 인해 부상을 입기도 하고 때로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이 맥락에서 알 수 있듯 혐오라는 감정은 인간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수단 중 하나였던 것이다. 처음 본 괴상한 물체를 싫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위험 부담은 그만큼 증가한다. 예컨대 바닥에 떨어진 이상한 과일을 집어먹었다가는 질병에 노출될 수 있음이다. 익숙하지 않은 존재를 본능적으로 거부해 회피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즉, 혐오는 인류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감정이었다.

 


 다시 현대사회로 돌아와 보자. 인류 초창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인류의 과학과 지식은 발전했다. 낯선 것이 있다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즉석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세대를 걸쳐 전해진 경험을 토대로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혐오할 필요가 없을 수 있겠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는 다르게 혐오라는 감정은 아직도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뿌리내려 있다. 혐오라는 감정이 생존수단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혐오의 또 다른 기능은 내집단의 결속이다. 쉬운 예시로 정치의 진영논리가 있다. 서로 다른 정치 이념을 가진 집단 간의 혐오는 동일 이념을 가진 이들 간의 결속을 불러일으킨다. 자신과 다른 이념을 가진 집단을 함께 욕하고 손가락질하며 동일 이념을 가진 자들끼리 동질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위 양상을 통해 집단 속에서의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다. 

 또 다른 예시로는 종교가 있다.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면서 성리학이 국가 이념으로 자리 잡은 후에 배불정책(排佛政策)이 시행되고 불교는 대대적인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경주박물관 야외에는 머리가 잘린 불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는 불교를 배척하는 유생들이 비교적 파괴하기 쉬운 목 부분을 파손해 생긴 결과다. 이러한 유생들의 행위는 불교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불상을 파손하는 행위로 나타난 것이다. 불교에 대한 차별 행위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유생들은 자신이 속한 성리학 집단 안에서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더 나아가 본인이 속한 집단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 결국 혐오는 개인으로 하여금 집단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집단 내 결속을 강화시키기에 혐오와 차별은 아직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핵심 요약
과거 - 혐오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 감정
현재 - 더 이상 혐오는 생존을 위한 감정이 아님, 그러나 내집단의 결속과 소속감 등의 이유로 혐오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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