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원 Jan 04. 2024

바쁘면 바쁜대로 사는 취준생

일상20 : 것도 면접을 15번이나 떨어진 




업데이트. 나는 수많은 면접을 봤다. 걱정이 많았지만 생각 외로 서류 합격률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면접에서 늘 죽을 쑤고 떨어진다는 것이다. "절대 지원자님이 나쁘다거나 이상하다는 게 아니에요." 라는 말만 수십번, "역량이 부족하신 것은 아니고요." 라는 말만 수십번, "다만 이전 회사에서 너무 짧게 일하신 게 마음에 걸리네요." 가 수십번.


그거 하나 설명한다고 진을 빼다가 결국 고객의 pain points가 아니라 나의 pain points만 잔뜩 늘어놓고 아, 망했다! 하는 순간 면접이 끝나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돌아나오면서 이마를 탁 치고, 특히 요새 스타트업들은 스크리닝 면접을 먼저 보는 경우가 많아서... 화상 면접에서 훨씬 더 긴장을 하는 나에게는 별로 좋은 면접 분위기가 아닌 경우가 많았어. 혹시 PM을 지원하신 이유에 대해서 물어봐도 될까요? 라고 하면 자랑스럽게 대답할 수 있는데, 이전 회사에서의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정말 턱 숨이 막힌다. 그 회사 대표가 폭언을 일삼고 성희롱에 차별에 쉴새없이 사람을 미치게 해서 그만 뒀다고 할 수도 없고, 어찌저찌 변명과 포장을 해보려다 처참하게 실패한다. 


... 그래서 뭘 하고 있냐면, 요새는 현직자 멘토를 찾아다니고 있다. 정말 멋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놓은 선배들의 자료를 뒤적여보면서 "와, 이 분들은 정말 멋있게 사셨네" 하고 감탄하고 끼적끼적 내 포폴을 고쳐보고... 면접에서 이전 회사의 퇴사를 어떻게 잘 포장할 수 있을지, 퇴사 사유 보다 내가 거기에서 얼마나 즐거웠고 행복했는지를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중이다.


추가로, 사업 제안을 받아 스타트업 빌딩을 하고 있다. 에? 취준생인데 웬 스타트업 빌딩을 해? 하고 나 스스로도 자문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많은 것을 시도해보는 게 나의 젊은 날을 더 빛나게 할 것이라는 믿기지 않는 자만심과 함께 대뜸 승선해버렸다. 공식적으로 멤버에 적혀있지는 않지만 사업 기획을 해본다는 것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얻게 될 좋은 기회라 좋은 분들과 함께 손을 옹기종기 잡은 상태. IT 쪽이 아니긴 하지만, 나의 잠재력을 믿어준 분들 덕에 또 새로운 필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최근에는 회사 로고 제안서를 만들어 이 옹기종기 모임의 얼굴과 외투가 되어줄 로고를 획득했다. 무언가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중이다.


요새는 애인의 집에 갔다가, 본가에 갔다가 들락날락 하며 짐들을 조금씩 옮겨놓는 중이다. 내게는 본가가 그리 좋은 곳이 아니라서, 그냥 찬찬히 새로운 보금자리를 트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그가 퇴근할 때까지 한참 집에서 내 일을 하고 집을 온기 가득하게 만든 채로 그를 맞이하는 일은 참 좋은 일이었다. 지금은 본가에서 면접 준비를 하며 지내는 중. 오랜만에 장을 봐서 냉장고도 좀 채워두고, 어린 고양이들과 놀아주기도 한다. 참 바쁜 일상이지만 나름 좋아. 이제 3년은 더 일할 회사만 찾으면 된다. 내게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J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