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피 Mar 24. 2018

가벼운 우정에 대하여

잃어버린 오랜 친구야.



너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그건 내가 몹시 지쳐있단 뜻 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종종 네 생각을 했다

넌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었고
소중했고, 나의 일상을 뒤로 하더라도
네가 우선일 만큼 몹시 좋아했던 친구니까.

몇년을 알고 지낸 세월보다
함께한 추억이 많다.

너랑 찍은 사진이 참 많다.
지나간 시간들에 앳된 우리의 얼굴을
지켜보는 일도 꽤 근사했다.

같이 늙어가고, 각자의 삶을 나누고,
힘들때나 기쁠때나 희비를 함께하는
친구가 너라서. 너였어서. 우리는
종종 말이 없었지만 그 침묵마저도 안정된 것
이어서 더할나위 없는 행복이었다고 생각한다.

애인이 생긴 네가 몇달의 연락이 끊겨도
헤어졌다며 연락하던 니가, 꽤 서운할 때도
있었지. 너 또한 나에게 서운했던 때가 있겠지

난 늘 불안하고 우울해서 참
너를 힘들게 했다. 세상이 멍하고,
이제는 더 힘들 것도 없을 만큼 무기력한
상태가 되었다. 너와 관계를 단절한 이후,

우정이 어려워졌다. 어느새
득과 실을 따지고 있었다.

서러웠다. 내가 힘이 들 때 내가 그러했듯
딱 그만큼이라도 내게 손내밀어줄 친구가
절실했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사람들은
쉬운 위로 한 마디 건네는 법이 없었다.

우정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 같다.
너와, 그리고 네가 아닌 대부분은
애인에게 목을 맸다.

우정이 애인사이보다 깊어질 수 없음이
꽤 충격적 이었다. 애인보다 깊은 우정을
못 느껴본 삶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 탓하기도 해봤다.
내가 잘 못해서 그런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당신은 그만큼 날 생각할
여유를 가질 틈을 만들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너의 가벼운 우정이란 무게가
그것에 깔려있는 나는 상대적으로
허탈함이 컸던 것 같다.

나는 네 생각보다 더, 널, 친구를,
가족처럼 아꼈다. 나는 네게
우리의 온도가 맞지 않아 괴로우니
그만 두고싶단 말을 했었다.

가벼운 우정에 질렸지만
다들 가벼울 뿐 이었다.

하염없이 가벼워 네게 돌아갈 걸음마저
길을 잃었다. 헤멜것이다, 가끔

가끔 너와의 추억을 생각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창문을 열면 비가 내리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