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이 필요해
보름이가 처음 우리집에 온 날을 보고 싶다면 이 곳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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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이가 우리집에 오고, 다음 날부터 나는 출근을 남편은 사정이 있어 보름이를 일주일 정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출근을 하고 회사에 있어도 온통 집에 있는 새생명에 온갖 생각이 쏠리고 집중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 우리 집에 왔던 아이의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예쁜 아이였다면 단순히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걱정만 있었겠지만
"진짜 아픈 곳은 없을까?"
"아프면 간병은 어떡하지?"
등의 생각에 사로잡혔다. (참고로 나는 정말 걱정이 많은 타입이다. 그래서 남편은 항상 내가 너 라면 참 피곤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이가 온 다음 날. 8월 2일 우리는 곧장 동물병원에 진료를 하러 가기로 했다. 그래 아이가 털 외에 아픈 곳이 있더라도 빨리 알아서 고쳐주자. 어차피 거쳐야 하는 과정일거야 라며.
사실 보름이는 집에 온 첫날부터 밥을 잘 너무 잘 먹고, 대변을 4번이나 쌌으며 처음 본 우리에게 놀아달라 달려들었고, 온 집안을 뛰어다녔었다. 병원을 오후에 가기까지 집에서도 잘 먹고, 잘 자고 쉬고 있다고 남편이 전했었다. 적응력이 뛰어난 아이인가봐.. 라는 생각으로 동물병원에 함께 갔다.
집 가까운 동물병원에 내원했을 때 나는 참 많은 걸 느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물병원을 가는 것이기도 했고, 강아지와 고양이 등 동물에 진심인 공간이 이런 것이구나 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보름이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나는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고작 몇 개월 추정. 어떤 견종 추정 정도. 작고 말랐다 라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무게를 달아보니 800g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아이였다.
나는 파워 J 답게 어느 정도 동물병원에서 검진할 항목에 대해 알아갔지만,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이를 눈으로 진찰하신 후 당장 증상이 있는 것이 아니니 아이에게 집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라는 소견을 내주셨다. 만약 아이가 아프다면 일주일 뒤에 증상이 있을 것이고, 그 때 검사를 해도 늦지 않다는 말(참고로 지금 검사해도 잠복기라면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아, 검사 비용이 2배가 될 수 있다고) 부분적으로 털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에서 인지 모르지만 털이 완전히 빠진 후 조금씩 나는 것 같다 하셨고 약 1~2개월 정도 지나야 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이에겐 지금 입양 다음 날이니 집과 보호자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이니 일주일 뒤에 보고 다음 순서인 2차 접종을 하자고 하셨다. 내 입장에선 속시원한 검사를 받지 못하였기에 여전히 아이의 건강에 대한 불안함은 있었지만 선생님의 속시원한 말씀에 마음은 한결 편해졌었다.
"그래. 아이가 아프고 나서 걱정은 해도 괜찮아 지금은 이 아이를 보듬어주자"
그렇게 집에 온 우리 부부는 한 동안 잘 노는 보름이를 지켜보며 아프지 말고 우리 행복하게 지내보자 라고 연신 이야기를 했었다. 만일 성견이었다면 친해지는 동안 서로 데면데면할 수 있었으나 보름이는 고작 2~3개월로 추정되는 어린 강아지였기 때문에 호기심어린 눈으로 우릴 쳐다보고, 손을 앙앙 물며 장난을 걸어왔다(이 때 앞니가 2개 밖에 없었고 이가 나는 중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 동안 보름이는 밥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며 털이 마치 대걸레(?) 같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주일 만에도 쑥쑥 크더라.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보름이는 엄청난 적응력으로 너무 잘 지냈다.
일주일 뒤에 내원한 동물병원에서도 별다른 증상이 없으니 전염병 검사는 하지 않았고, 무사히 2차 접종만 맞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보름이의 일주일이었고 우리 부부의 일주일은 조금 달랐다.
연애 8년 3개월, 결혼 2년차. 결혼 후 거의 싸울 일이 없었던 우리 부부는 강아지라는 식구가 생기고 난 후 서로의 삶 그리고 우선 순위가 바뀌게 되면서 말다툼을 하거나 살얼음 판의 분위기가 맴돌았다.
나는 첫 강아지이며, 아기이니 보듬어야 하고 살뜰이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해야 하는 일도 미루고 해야 한다는 쪽이었고 남편은 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것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강아지만 보아야 하는 일상이 버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 때는 서로 날이 선 말로 다투곤 했지만 지금은 많이 느낀다. 강아지라는 식구를 들이면서 우리가 적응해야 하는 과정이 아니었던가! 지금도 서로의 견해가 달라 종종 논쟁을 펼치곤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서로의 뜻을 인정하고 양보하려 한다.
우리에게 첫 일주일은
함께한다는 것. 나를 조금 덜어내고 너로 채우는 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