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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이엄마 Nov 16. 2023

첫 일주일 그리고 접종

적응이 필요해

보름이가 처음 우리집에 온 날을 보고 싶다면 이 곳으로 ▼

https://brunch.co.kr/@1777413ca6d344c/1


보름이가 우리집에 오고, 다음 날부터 나는 출근을 남편은 사정이 있어 보름이를 일주일 정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출근을 하고 회사에 있어도 온통 집에 있는 새생명에 온갖 생각이 쏠리고 집중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 우리 집에 왔던 아이의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예쁜 아이였다면 단순히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걱정만 있었겠지만


"진짜 아픈 곳은 없을까?"

"아프면 간병은 어떡하지?"


등의 생각에 사로잡혔다. (참고로 나는 정말 걱정이 많은 타입이다. 그래서 남편은 항상 내가 너 라면 참 피곤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이가 온 다음 날. 8월 2일 우리는 곧장 동물병원에 진료를 하러 가기로 했다. 그래 아이가 털 외에 아픈 곳이 있더라도 빨리 알아서 고쳐주자. 어차피 거쳐야 하는 과정일거야 라며.


사실 보름이는 집에 온 첫날부터 밥을 잘 너무 잘 먹고, 대변을 4번이나 쌌으며 처음 본 우리에게 놀아달라 달려들었고, 온 집안을 뛰어다녔었다. 병원을 오후에 가기까지 집에서도 잘 먹고, 잘 자고 쉬고 있다고 남편이 전했었다. 적응력이 뛰어난 아이인가봐.. 라는 생각으로 동물병원에 함께 갔다.


집에서 적응하는 보름이


집 가까운 동물병원에 내원했을 때 나는 참 많은 걸 느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물병원을 가는 것이기도 했고, 강아지와 고양이 등 동물에 진심인 공간이 이런 것이구나 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보름이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나는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고작 몇 개월 추정. 어떤 견종 추정 정도. 작고 말랐다 라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무게를 달아보니 800g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아이였다. 


나는 파워 J 답게 어느 정도 동물병원에서 검진할 항목에 대해 알아갔지만,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이를 눈으로 진찰하신 후 당장 증상이 있는 것이 아니니 아이에게 집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라는 소견을 내주셨다. 만약 아이가 아프다면 일주일 뒤에 증상이 있을 것이고, 그 때 검사를 해도 늦지 않다는 말(참고로 지금 검사해도 잠복기라면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아, 검사 비용이 2배가 될 수 있다고) 부분적으로 털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에서 인지 모르지만 털이 완전히 빠진 후 조금씩 나는 것 같다 하셨고 약 1~2개월 정도 지나야 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이에겐 지금 입양 다음 날이니 집과 보호자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이니 일주일 뒤에 보고 다음 순서인 2차 접종을 하자고 하셨다. 내 입장에선 속시원한 검사를 받지 못하였기에 여전히 아이의 건강에 대한 불안함은 있었지만 선생님의 속시원한 말씀에 마음은 한결 편해졌었다. 


"그래. 아이가 아프고 나서 걱정은 해도 괜찮아 지금은 이 아이를 보듬어주자"


그렇게 집에 온 우리 부부는 한 동안 잘 노는 보름이를 지켜보며 아프지 말고 우리 행복하게 지내보자 라고 연신 이야기를 했었다. 만일 성견이었다면 친해지는 동안 서로 데면데면할 수 있었으나 보름이는 고작 2~3개월로 추정되는 어린 강아지였기 때문에 호기심어린 눈으로 우릴 쳐다보고, 손을 앙앙 물며 장난을 걸어왔다(이 때 앞니가 2개 밖에 없었고 이가 나는 중이었다)



병원 가기 전/후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 동안 보름이는 밥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며 털이 마치 대걸레(?) 같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주일 만에도 쑥쑥 크더라.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보름이는 엄청난 적응력으로 너무 잘 지냈다.


얼굴에만 털이 있을 뿐, 등과 팔다리, 꼬리까지 모두 털이 없었다.(나중엔 우수갯소리로 비키니를 입은 것 같다고 놀렸다)


일주일 뒤에 내원한 동물병원에서도 별다른 증상이 없으니 전염병 검사는 하지 않았고, 무사히 2차 접종만 맞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보름이의 일주일이었고 우리 부부의 일주일은 조금 달랐다.

연애 8년 3개월, 결혼 2년차. 결혼 후 거의 싸울 일이 없었던 우리 부부는 강아지라는 식구가 생기고 난 후 서로의 삶 그리고 우선 순위가 바뀌게 되면서 말다툼을 하거나 살얼음 판의 분위기가 맴돌았다.


나는 첫 강아지이며, 아기이니 보듬어야 하고 살뜰이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해야 하는 일도 미루고 해야 한다는 쪽이었고 남편은 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것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강아지만 보아야 하는 일상이 버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 때는 서로 날이 선 말로 다투곤 했지만 지금은 많이 느낀다. 강아지라는 식구를 들이면서 우리가 적응해야 하는 과정이 아니었던가! 지금도 서로의 견해가 달라 종종 논쟁을 펼치곤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서로의 뜻을 인정하고 양보하려 한다. 


우리에게 첫 일주일은 

함께한다는 것. 나를 조금 덜어내고 너로 채우는 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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