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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찬 Oct 23. 2024

생초보 아저씨의 미술관 도전기 -77

몸 건강히 잘 다녀와라!

아들이 군입대 신체검사를 받았다. 학업 때문에 당장 입대하지는 않겠지만, 불과 얼마 전 코흘리개였던 아이가 조만간 군인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부모가 되어서야 아들을 군에 보내는 것이 얼마나 맘이 찢어지는 일인지 실감한다. 그러고 보니 36년전 내가 입대할 때도 어머니가 훈련소 앞에서 나와 헤어질 때 눈가가 촉촉했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아들 둘(장동건, 원빈)이 기차를 타고 입대할 때 어머니와 애인(고 이은주)이 울면서 기차를 따라가던 씬이 있었다. 아마 당시 모든 부모들이 기차를 따라가며 아들 이름을 목놓아 불렀을 것이다. 총알이 빗발치던 전장에서 아들이 건강하게 살아 남기를 기원하면서. 사실 장동건, 원빈이야 주인공이니까 살아 남았지, 역시 남의 집 귀한 아들인 엑스트라들은 거의 죽어나갔다. 실제 그게 전쟁의 실상이고.


19세기 이탈리아 화가 Gerolamo Induno의 <A Great Sacrifice, 1860>라는 작품이 생각난다. 약 160년 전 밀라노에 살았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백발 노모가 군대에 가는 아들을 끌어 안고 뺨에 키스를 한다. 마치 "다른 건 다 필요없고 그저 몸 건강히 잘 지내다 오거라"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아들은 자신의 장래 안위가 걱정되긴 하지만 엄마를 근심시키지 않으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하게 엄마의 키스세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통일 영웅 가리발디 장군의 열렬한 신봉자였던 화가치고는 군대 가는 아들의 표정을 너무 선하게 그린 것 같다. 아마 '돌격 앞으로!!'의 상무정신 보다는 노모와의 이별  어쩌면 다시 못볼 수도 있다는 두려움 같은 인간적 측면을 부각시키고자 했나 보다.

우리나라 아빠와 아들은 쑥스러워서 여간해선 포옹도 하지 않는다. 보통 살갑게 터치하는 건 엄마의 몫이다. 하지만 1~2년후 아들이 실제로 입대할 때는 한 번 끌어 안아보고 싶다. 그저 몸 상하지 말고 잘 있다가 오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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