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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 Jan 08. 2024

언어에는 나를 되살리는 힘이 있다

중국 상하이 여행

중국은 나에게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던 해방을 주었던 나라다. 처음 중국어를 배웠을 때는 잊고 있었던 언어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평소에 눈치도 많이보고 타인의 시선에 쉽게 굴복하는 나약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중국어는 나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고 행동할 용기를 선물로 주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에둘러 설명할 필요 없이 요구할 수 있게 되었고, 간단하지만 확실한 표현으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게 새로운 자아가 아무런 조건 없이 허락되었다고 느꼈다.


5년 전 교환학생 시절, 나의 진솔된 모습을 본 이들은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했고 그때 이후로 관계에서의 두려움은 나를 떠나갔다.

한국에 돌아와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4년 후, 나는 쓸데없는 항상성으로 인해 다시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직장상사의 말이 오랫동안 깊게 남았고, 누구에게든 괜찮다는 웃음을 주면서 안심시켰다.


그리고 지금, 다시 이 땅에서 가장 찬란했던 내 모습이 기억났다. 나는 사랑스럽고 순수한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고 솔직했다. 같이 여행 간 친구가 중국어를 하는 나를 보고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니.

내가 왜 중국을 그리워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해 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말과 행동, 눈빛 속 당당함으로 압도하는.


다시 중국어를 공부해야겠다.

언어에는 나를 되살리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이해하는 심연의 대화를 위해.

나의 찬란한 인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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