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경 Nov 21. 2023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법을 몰라요

나만의 것 도전하기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법을 몰라요"

 

엄마와 대화하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재채기 같았던 말.

 

미래를 그리면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내뱉은 말이다.

내 고민의 시작은 이사님의 자격증 추천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격증이라는 단어는 너무 간단해 보인다.

자격증이라는 단어보다는 시간도 돈도 너무 많이 드는 그리고 나를 갉아먹는 무언가.

그래 이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계산해 보면 2년 하고도 반, 최소 2년 반을 준비해야 하는 자격증이었다.

나는 왜 자격을 2년 반씩이나 공부해서 받아야 하나?

난 어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인 걸까..

 

나름 진지하게 고민한 결론.

하지 않기로 했다.

 

회피일까? 나에게 다시 물어봤다.

 

대학진학부터 스펙 쌓고 인턴만 3번에.. 취준.. 취직까지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넉넉히 잡으면 10년.

그래 나는 어쩌면 컴퓨터 앞에 앉아 회사에서 주는 돈 꼬박꼬박 받으려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려왔구나.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 사무실에서 뛰쳐나가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최소한 이제부터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귀 기울여 들어보겠다는 소리다.

이제 조금 적응이 되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혹시 내가 일 년에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은 회사에서 준 연차 14번 정도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인생을 살고 있다.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찾으라니, 찾으라면 찾을 수 있지!

그래도 큰 행복하나 데굴데굴 굴러와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상한 결론 하나가 났다.

 

그래 나한테 2년 반이라는 기한이 주어졌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내게 주어진 시간이 특별해졌다.

 

2년 반 후에는 28살.

옛날에 나는 28살쯤 되면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저 때도 책가방 메고 쪼리 신고 카페 가서 공부할 것 같다.

뭐 나쁠 건 없지.

 

2년 반동안 나는 뭘 해볼까.

뭘 해야 할지 헷갈리고 공허한 시간이 나를 목조를 때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행복했던 시간 찾기.

 

갑자기 문득 영어과외하던 시간이 생각났다.

아빠 아는 분 딸을 과외하면서 영어공부 교구도 만들어보고, 단어 하나하나 유치하게 외우는 법을 준비해 갔었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의 눈동자가 유독 깊게 느껴진다.

 

그래도 뭔가 가르치려면 우선 내가 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소 석사라도. 아니 박사면 더 좋지 하는 생각이 나를 항상 가로막았다.

 

생각의 종착지가 낙심이어도, 이 생각이 힌트가 되어서 내가 뭔가 재미있는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읽은 허지웅 작가님의 "살고 싶다는 농담" (다 읽지는 못함) 책에서 내 인생을 7가지 장면으로 떠올려보기 미션을 받았다.

(나는 저 다 읽지는 못함이 너무 거슬려서 오늘 다 읽어버렸다)

 

맥주를 마시면서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7가지 장면이 슥슥 떠오르더라.

내가 나의 어떤 면을 사랑하고 미워하는지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여하튼 아직 고민해봐야 할 게 산더미지만

힘겹지는 않다.

 

최근 좋은 사람들을 자주 만났더니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난 기분이다.

내 안의 한계를 무시할 수 있는 과감한 무언가.

 

자라온 환경도 교육방식도 핑곗거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나도 나만의 것을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마음에도 a/s기간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