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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호 Jan 09. 2025

패알못이라 슈트를 즐겨 입는다

이제는 내가 패잘알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매일 정장 입으면 불편하지 않아요?"라고.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전혀요, 오히려 더 편해요"라고 답한다.


당연히 불편하다


편하다면서 당연히 불편하다고?

당연히 집에서 입는 잠옷이나 운동할 때 입는 운동복보다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하다못해 어딘가에 앉거나 기댈 때, 팔꿈치를 내려놓을 때를 포함하여 모든 행동에 신경이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트를 고집하는 이유는 2가지다.


나를 대접하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를 대접하기 위해 슈트를 입는다.


약간은 오글거리지만 사실이다.

슈트를 입으면 내가 나를 대접하는 기분이 들기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이 기분 좋은 느낌이 슈트의 불편함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옷을 잘 못 입기 때문에


두 번째는 내가 옷을 잘 못 입기 때문에 슈트를 즐겨 입는다.


옷을 잘 못 입기도 하고, 옷 때문에 신경 쓰는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슈트'다.

슈트는 정말 꼭 필요한 색상만 있으면 1년 365일 내내 돌려가며 입을 수 있다.


그리고 아침마다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레이 계열의 정장을 입는다면 넥타이는 동일한 그레이나 버건디 색상을 매치하면 되고, 네이비 계열의 정장을 입는다면, 동일한 네이비나 버건디 색상을 매치하면 되고, 브라운 계열의 정장을 입는다면 동일한 브라운 색상을 매하면 된다.


더 디테일하게 파고 들어가면... 복잡하기에 나도 알아가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넥타이도 솔리드가 아닌 페이즐리를 선택한다거나, 상의도 피크드 라펠을 선택한다거나, 바지도 원턱이냐 투턱이냐 등의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끝이 없다.


교복과도 같은 슈트


어떻게 보면 나에게 있어서 슈트는 어렸을 적 입었던 교복과도 같다.


시간 없는 아침에 준비시간을 줄이기 위해 입었던 그 교복 말이다.


그때 당시에도 나름대로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서 바지통을 줄이거나 늘리거나, 상의 총길이를 줄이기도 하고, 추울 때는 패딩을 입거나 떡볶이 코트를 입는 등의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나갔던 기억이 있다.


깔끔하네~


슈트라고 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몇 가지 포인트만 알고 있으면 나와 같이 옷을 잘 못 입는 사람도 하다못해 '옷을 잘 못 입네' 소리는 절대 듣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깔끔한데~?" 소리를 더 자주 들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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