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를 잡는 방법, 비효율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라
타냐 메논의 테드 강연을 보면서
사실 테드 강연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있어 별로 본 적이 없다. 가끔 영어 공부나 할까 하고 틀었다가도, 재미가 없어 15분을 채 보지 못하고 끄기도 했다. 테드가 아무리 유용하고 좋다지만, 보는 사람이 흥미가 없으면 영 무의미하다. 그나마 백마적 프로젝트를 하면서 테드 영상 리스트를 신중히 고르고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오늘 본 타냐 미논의 영상은, 쉽고 흥미롭다고 자신 있게 권하고 싶다.
대학 강의를 하는 그녀는 몇 년이 지나 학생들을 마주치더라도 그들이 어디서 누구와 앉아 수업을 들었었는지까지 기억이 난다고 한다. 이는 그녀의 뛰어난 기억력 덕분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항상 익숙한 것을 선택한다. 항상 같은 자리에 앉고, 항상 가던 화장실, 심지어 같은 칸에 들어가기도 한다. 식당에서도 항상 먹던 익숙한 걸 주문한다. 그렇게 익숙한 것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나 감각, 그리고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 그래서 그녀는 운 좋게 사람들의 추천으로 입사한다거나 좋은 기회를 잡을 생각만 하지 말고, 그러기 위해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 생각을 하라고 한다.
Use a more imperfect social search engine - how do you find and filter your friends?
더 불완전한 사회적 검색 엔진을 사용하라. 당신은 어떻게 친구들을 찾고, 어떻게 사람들을 거르는가?
영상에서 그녀는 ‘약한 유대관계의 힘(Strength of weak ties)’을 강조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기회는 가족이나 단짝 친구, 회사 동료를 통한 게 아니라, 내가 알고는 있지만 그리 가까이 지내지 않았던 사람, 혹은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을 통해서 생길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익숙한 것과 장소뿐 아니라, 익숙한 사람을 사귀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그렇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한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생활은 기차 스케줄처럼이나 예측 가능하다.
그녀가 말하는 불완전한 사회적 검색 엔진은, 너무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해 만나지 말고, 조금은 불완전하게 사람들을 찾고 거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나의 사교 레이더와 필터를 조금은 고장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새로운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들 것인가.
Make your network slightly inefficient.
당신의 네트워크를 약간 비효율적으로 만들어라
매일 똑같은 동선과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치기 위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조금은 비효율적인 동선과 네트워크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항상 가던 식당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가보면 그곳의 다른 사람들과도 마주친다. 매번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가보면 좀 우회할지라도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다. 모든 인연이 그렇듯, 우리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 같은 사람들과 사귀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연들이, 정말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된 것처럼.
그러고 보면, 나는, 그리고 우리는 좋은 기회나 인연이 약속한 듯 내가 준비된 시점에 찾아온다고 은연중에 믿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필요로 하는 순간에 그런 기회가 주어지거나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언제나 내가 준비되지 않은 순간,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우리에게 큰 멘토가 되고 인연이 되고 운명 같은 사랑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수없이 놓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이 재미있는 것은, 그건 아무도 모르며 앞으로도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선물 같은 기회가 운명 같은 사람들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에 있다.
Fight your filter (당신의 필터링에 대항하라)
흔히 말하듯 사람을 보면 3초 만에 첫 인상이 결정된다고 한다. 소개팅을 나가도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도, 이미 그와의 성공률은 처음 3초 만에 결정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들에게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당신이 가장 관심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라고 한다. 아니, 가능하다면 당신이 보기에 너무 비호감인 사람을 골라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한다. 네트워크는 그런 순간에 만들어진다.
그녀의 요점은 억지로 좋아하지 않은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만들라는 게 아니다. 좋지 않은 사람들과 구태여 이어가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녀는 내가 필터링하느라 미처 이야기를 나눠보지도 못했던,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말라는 데에 있다. 영상을 보는 내내 나의 무의식적인 '필터링'에 대해서, 그리고 무섭도록 익숙한 것에만 찾아가는 나의 '습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We've got to fight our sense of our choice.
당신의 선택을 믿지 마세요. 당신의 감에 맞서 보세요.
그녀의 말을 따라가 봐야겠다. 그럼, 얼마나 또 내 삶이 즐거워질까?
매일매일 새로운 하루를 맞는 느낌으로 살아갈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당신의 오늘이,
어제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