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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Jang Sep 25. 2024

선처를 부탁합니다

유명 여배우 S의 사진이 붙어있는 영등포구의 한 정육점.

물론 S가 푸줏간 전속모델일 순 없다.

명백한 초상권 침해. 어찌어찌해서 이 사실이 여배우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자신의 이미지가 허접하게 사용된 것에 모욕감을 느낀 S, 정육점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반 백발 정육점 주인이 그녀의 소속사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

사진은 6시간 전에 떼었다고 눈물 콧물 흘리며 사정한다.

하지만 여배우는 선처는 없다고, 비건인 자신의 이미지를 그따위로 훼손한 대가를 치르라고 한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정육점 주인의 아버지. 완전히 백발인 그는

겨우겨우 먹고사는 아들이 불쌍해 여배우에게 손 편지를 써서 보내기로 한다.

 

제 자식의 무지를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포유류 가금류 팔아 겨우

입에 풀칠하는 녀석입니다. 기역자를 보고도 낫을 떠올리지 못하는 놈이고,  

운전면허 필기시험도 9번이나 떨어지고 겨우 붙었던 무식한 녀석입니다.

그런 놈이 감히 배우님의 존엄을 손상하는 그런 저질스러운 짓을 저질렀습니다.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도대체 어쩌라고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제가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선처를 부탁합니다. 배우님의 영원한 팬이 되겠습니다. 죄인의 아비 올림.

 

오류가 없는 맞춤법과 정확한 띄어쓰기 그리고 절절한 내용. 그의 편지에 깊은 감명받은 여배우는 결국 정육점 주인을 용서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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