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과소평가된 사치

건강, 참 귀중한 행복

by 하얀밤

엄마가 퇴원한 지 약 3주가 되었다. 병원에 가서 약을 한 번 더 타오고, 심전도 검사기도 뗐다. 2주 동안은 동생이 연차를 내고 엄마 곁을 지켰다. 엄마는 걷기도 하고, 밥도 하고, 빨래도 하는 등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 곁에 있는 것이 안심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나름 여러 가지 계획서를 제출하고, 출장을 다녀오고, 엄마에게 “힘들어 죽겠어” 하고 푸념도 하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엄마가 내 옆에, 우리 집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토요일 오후, 늦은 아점을 먹고 엄마와 산책을 나갔다. 날이 더워서 등에 땀이 밸 정도였다.
일요일엔 혼자 산에 다녀올까 하다가 ‘엄마가 혼자 산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또 엄마와 함께 걸었다.


요즘 엄마는 간혹 ‘짜증’이라고 할 만한 감정을 툭 내보이곤 한다.
예를 들어, 밥그릇을 치우던 아빠가 시금치 반찬 뚜껑까지 싱크대에 놓자
“이걸 쓸데없이 왜 거기다 갖다놔?”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 화였다.
나중에 “엄마, 왜 그렇게 화를 냈어?” 하고 물으니
“내가? ○○이도 엄마 화가 많아졌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 보네…” 하며 아빠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와 “산책 다녀왔어?” 하고 물었더니, 어지러워서 못 갔다고 했다.
왜 어지럽냐고 하니, 엊그제 너무 많이 걸어서 덥고 힘들었다고 했다.

저녁 8시쯤, 나는 대학원 줌 수업을 듣다 말고 부엌에 나와 “지금 날 선선하니 좀 걷고 와~” 하니
“아, 오늘 힘들다니까! 열 나 죽겠어.” 하며 엄마는 짜증을 냈다.
나는 민망해져서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가 전보다 화가 많아진 것 같다.

검색해보니, 뇌 질환 이후에는 감정이나 성격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화내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다른 때에는 기운이 없어 보인다.
내가 안마의자를 하는 중에 침대에 눈가리개를 하고 조용히 누워 있는 모습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엄마, 정말 괜찮은 걸까. 내가 또 놓치는 것은 없을까.'

뇌질환 관련 모임 카페에 가입했다. 연차를 내고 간병하는 사람들, 뇌경색 이후 성격 변화로 힘들어하는 가족들… 다양한 이야기가 올라온다.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건강하다는 것이, 참 귀중한 행복이었구나.

오늘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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