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감사합니다^^
"50대는 꽃 피는 나이야.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어. 내가 살아보니 그래."
격려해 주시는 최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착 들어 안긴다.
글쓰기 동료이신 최 선생님은 정년퇴직을 하고도 10년을 더 일했다고 하신다. 그 시간을 알차게 살아왔기에 지금이 행복하시단다. 미소가 고우신 선생님의 말씀이 따사로운 봄날 햇살 같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글쓰기 동아리가 있는 날이다. 여태 작은 도서관에서 글을 썼지만 이번엔 달랐다. 동아리의 맏언니이신 전 선생님 댁에서 모임을 가졌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교재를 꼭 들고 오라는 공지가 있었지만, 책은 펴보지도 못했다. 책보다 몇 곱절 재미난 이야기와 맛난 음식이 가득한 하루였으니까.
오늘 모임엔 네 명의 회원이 모였다. 장소를 내어주신 전 선생님, 내 마음을 흔들어주신 최 선생님, 동갑내기인 나와 이 선생님. 멀리 캐나다에 계신 윤 선생님과 가족 간호로 바쁜 박 선생님은 못 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다. '시니어를 위한 치유적 글쓰기 수업', 10주 동안 진행된 그 수업에서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유년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글을 쓰고, 짧은 역할극도 해보며 작년 여름을 함께 보냈다. 폭소가 터지기도 하고, 한 사람이 눈물을 보이면 줄줄이 눈이 벌게지기도 하며 정이 들었다. 수업의 제목답게 우리는 제법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 계속 모여서 글을 쓰는 건 어때요?"
동갑내기인 이 선생님이 말을 꺼냈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뭐랄까, 계속해서 끈기 있게 잘할 자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망설임의 시간이 있었지만, 어쨌든 시작을 했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감사한 제안이었는가! 이 귀한 시간, 모임이 내 삶에서 아주 중요한 페이지가 되어가고 있다.
잘 정돈된 전 선생님댁 베란다엔 항아리가 가득했다. 살림에 진심이신 선생님의 보물들이 담겨있을 것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을 모두 직접 담그시고, 유자 100개를 청으로 담그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는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의 살림 이야기며, 자녀 교육 이야기를 듣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수험생 자녀가 힘들어 보일 때면 이부자리를 빳빳하게 새로 갈아주셨다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론 우리 아이들 이부자리를 한번 더 살피게 된다.
사십 대부터 칠십 대까지, 나이도 고향도 종교도 제각각인 우리들이다. 좀처럼 교집합을 찾기 힘든 우리는 작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인연을 맺고, 글쓰기로 그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단톡방을 만들어 매일 글을 올리고, 일주일에 한번 모임을 갖는다. 모임을 한 이후론 물 흐르듯 그냥 흘려보내던 하루하루가 달라졌다. 일상을 되짚어보며 글감을 찾고, 서로의 글에 위로와 감동을 받는다.
오늘도 그렇다. 중년에 들어서며 각종 갱년기 증상으로 힘든 시기를 간신히 버텨냈던 나에게 지금이 꽃 필 시기라니! 누가 그런 말을 해주겠는가. 감동, 또 감동이다. 뭔가를 시작했다가, 주저했다가를 반복하는 나에게 큰 용기가 되는 말씀이다. 20년 후 선배님들 나이가 되었을 때, 그 시기를 잘 보냈노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이 소중한 시기를 잘 꽃 피워보리라 다짐을 하며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