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선생님! 저희 부부는 그런 거 해본 적 없답니다^^
지하철은 2분 차이로 반대편으로 도착했고, 각자 제 갈길 갔어요."
단톡방에 올라온 전 선생님의 말씀에 이렇게 대답하는 내 상황이 왠지 씁쓸하다.
이야기를 하자면 지난 금요일 글쓰기 동아리 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처음으로 카페에서 모임을 가진 그날, 뒤이어 왕십리역에서 수업이 있는 나는 마음이 분주했다.
각자 글을 쓰고 낭독하려는 순간, 카톡 알림이 왔다. 남편이다. '1시 6분 **역 도착'
헉, 늘 금요일 저녁에 도착하는 남편이 낮에 온단다. 게다가 도착 30분 전에 연락을 하다니?
'엥? 나 집에 없는데? 지금 카페에서 동아리 모임 중이고, 끝나면 1시 9분 지하철 타고 왕십리 가는데?'
'어, 걱정 마. 알아서 밥 차려먹고 있을 테니까.'
깊은 한숨이 나온다. 출장이 있어서 일찍 올라왔다고는 하는데, 최소한 출발 전에라도 연락을 줘야 하는 게 아닐까? 미리 식사도 준비하고, 내 일정도 조율하고 할 시간이 필요하잖은가. 하지만 내 집에 오는데 무슨 연락을 하느냐는 남편은 20년 넘게 한결같다.
그다음 주 월요일 글쓰기 톡방에 전 선생님의 글이 올라왔다.
금요일에 있었던 우리 부부의 해프닝을 보시고, 남편과의 추억이 떠올랐다고 하신다.
두 분도 그런 때가 있으셨단다. 지하철 반대쪽에서 서로 머리에 팔 하나만 올려 하트를 날리고, 누가 보기라도 하면 쑥스러워서 자리를 옮겨가기도 하셨단다.
아, 두 분 너무 사랑스러우시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팔하트는커녕 반대쪽 어디 도착했겠거니 하며 제갈길 갔으니까^^
그날 밤 우리 부부의 대화..
“아니, 미리 연락을 주고 올라오면 안 되나? 함께 있던 동아리 분들도 다 이상하다던데?”
“그런 얘길 왜 했어? 나 망신 주려고?”
“헐, 망신이라고 생각해? 근데 왜 안 고치지?”
“바쁘다 보면 잊을 수도 있지!”
“20년 넘게 당신만 바쁘구나?”
쩝, 우리 남편은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그럴 건가 보다.
이쯤 되면 내가 포기해야 맞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집을 피워 어이가 없지만, 좋은 점도 많은 우리 남편. 맘 넓은 내가 한번 더 참자! 혹시 아나, 우리 부부도 노년이 되면 지하철역에서 손하트까지는 아니어도 손 흔들어 인사 정도는 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