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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라기 Feb 22. 2024

봄이 오나요?

온통 하얀 눈밭인걸요^^

“이건 봄비일까?”

어제 아침, 비가 오는 버스정류장에 서서 아들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이제 곧 삼월이잖아요.”

일기예보에선 눈이 올 수 있다고 했지만, 설마 했다.

날은 그다지 차지 않고, 비는 곱게 내리고 있었다.

병원에 가는 길이기는 했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봄을 생각하면 몽글몽글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춥고 칙칙한 겨울에서 벗어나 햇살 냄새 가득한 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어, 이거 우박 아니에요?”

진료를 마치고 나서는 길, 우산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심상치 않다.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본 아들이 꽤 놀란 표정이다.

“얼음 알갱이예요. 우박 맞나 봐요. 와, 신기하다. 나, 우박 처음 맞아보네.”

알갱이가 작기는 했어도 비나 눈은 아니었다. 

아침만 해도 곱게 내리던 비가 어느새 얼음 알갱이로 변해 있었다.

연신 손바닥을 내밀어 우박을 만지작거리는 아들은 퍽 신나 보였다.

스물이 넘은 나이에 우박을 처음 맞아보다니, 쩝...


“어머, 설국이야!”

오늘 아침 거실 커튼을 열어본 나는 깜짝 놀랐다.

밤새 눈이 내려 온 세상이 다시 하얀 겨울로 변해 있었다.

예쁘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곧바로 현실을 직시했다.

“롱패딩 입고, 어그 부츠 신고, 우산도 챙기는 게 좋겠는 걸?”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고 있던 딸에게 속사포처럼 말했다. 


딸을 보내고 뉴스를 보니 열차 선로가 얼어 5호선 전 구간이 지연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만 해도 포근한 봄 날씨라더니 하루아침에 다시 겨울이다.

봄을 상상하며 감상에 젖었던 어제의 내가 머쓱할 지경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변덕이 심한 건 날씨만은 아닌 것 같다. 

삶도 그렇다.

말랑말랑한 일상을 보내다 예상치 못한 까칠한 변수에 부딪히곤 한다. 

무엇이든 계획대로 하는 편인 나는 그럴 때마다 허둥지둥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우리 엄마, 또 흥분했네, 흥분했어. 진정하세요!”

제법 어른인 척 구는 아이들의 말이 예리하게 날아든다.

허둥대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해결은 할 것이고, 그럭저럭 견디며 나이 들어갈 것이다.

날이 변덕스럽게 차기는 하지만 머지않아 봄은 올 것처럼 말이다.

봄이 오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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