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우리 선 넘지 말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온 아들에게서 적잖은 취기가 느껴진다.
"얼마나 마신 거니?"
"둘이서 소주 한 병이랑 맥주 한 병이요."
"컨디션도 별로인데, 술은 좀 자제하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로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 아들이라 신경이 곤두섰다.
갈증이 나는지 차가운 오미자차를 벌컥벌컥 마셔대고는 곧장 침대로 가 눕는다.
내일 아침엔 북엇국을 끓일까 싶어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북어도 콩나물도 없다.
어쩌지? 아쉬운 대로 배춧국을 끓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주방을 나왔다.
일요일 아침, 날이 밝자마자 바지락과 배춧잎을 넣은 시원한 배추된장국을 끓였다.
가족들 모두 한 그릇씩 비워냈지만, 정작 아들은 잠에 빠져 기척도 없다.
정오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 느릿느릿 방을 나오는 아들이다.
"어! 너 얼굴이 왜 이래?"
"뭐가요?"
"얼굴이 온통 울긋불긋해."
그제야 거울을 들여다보며 심란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걱정은 되었는지 배춧국 한 그릇을 먹고는 숙취제를 산다며 편의점에 간다.
마음 급한 나는 꿀물 한잔을 미지근하게 타 내어주고는 마트로 향했다.
다른 건 보지도 않고 북어 채, 콩나물만 사들고 종종걸음으로 돌아왔다.
간장으로 조물조물 북어 채를 무치고, 무와 함께 살짝 볶았다.
물을 붓고 콩나물을 넣어 끓이다가 달걀 물을 살살 풀어 넣었다.
마지막 간은 새우젓으로 하고 대파를 넉넉하게 넣어 마무리했다.
다행히 맛있게 잘 우러난 북엇국이 완성되었다.
"국물까지 싹 다 마시렴."
"네."
대답이 짧은 걸 보니 엄마의 호들갑이 영 못마땅한 모양이다.
어찌 되었든 한 그릇 먹이고 나니 마음은 편했다.
하지만 그날 밤 사달이 났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화장실에서 꺽꺽대는 소리가 난다.
놀라 달려가 보니 아들이 구토를 하고 있다.
한참을 그러다 나와서 하는 말, “이제 속이 좀 시원해요. 저녁 먹은 게 체했었나 봐요.”
헉, 기껏 먹여놨더니 뭣이라?
하룻밤 더 자고 일어났지만, 아들의 상태가 영 좋지 않다.
의사 말로는 위염에 장염까지 겹쳤다고 한다.
몹시 매웠다는 뼈찜에 술 한 병이 첫째 원인, 해장한다고 먹인 북엇국이 두 번째 원인이 되었나?
둘 다 선을 넘었지 싶다.
수액을 맞고 처방약을 받아 집으로 왔다.
기운이 없는지 묽게 끓인 누룽지만 조금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종일 끙끙 앓는다.
이틀을 꼬박 앓고, 오늘 아침에서야 기운을 차렸다.
걱정되는 마음에 엄마는 또 밥 대신 야채죽을 차렸다.
식탁에 앉자마자 짧은 한숨을 내쉰 아들은 다 들리게 혼잣말을 한다.
“내일은 친구 만나서 맛있는 거 먹어야지.”
뭐라고? 너 아직 덜 아팠구나?
마음속 생각이 여과 없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어쨌든 오늘은 종일 잔소리 폭격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