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적당히 하세요!
"엄마, 그러다 판다 되겠어요!"
안방 문을 빼꼼히 연 딸이 한마디 한다.
"왜?"
"자세 좀 봐요. 쫌만 더 노력하면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겠네요!"
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내가 늘 아이들에게 했던 그 말, 오늘은 딸로부터 되돌려 받았다.
지난달 말,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는 알림을 받고 몹시 기뻤다.
여름부터 시작한 글쓰기가 지지부진해 늘어지던 참에 받은 연락이라 더 좋았다.
글쓰기 동료들이 있는 톡방에 가장 먼저 알리고, 가족들에게도 말했다.
"링크 보낼까?"
"아니, 엄마.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에요. 각자도생!"
축하한다는 말을 싱겁게 건넨 딸은 엄마 글을 읽지는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래라, 그래."
순간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생각해 보니 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 안에서 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려면 무명 씨가 되는 게 오히려 편하지 않을까?
어쨌든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날 이후로 좀 과속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겠다고 PC앞에 앉은 시간이 좀 길었다.
아니, 많이 길~~었다.
눈은 침침하고, 어깨가 살짝 결린 것도 같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던 차에 자세를 지적하는 딸의 돌직구가 날아든 거다.
일단, 파업!
주말을 끼고 3박 4일 동안 한 줄도 쓰지 않고 지냈다.
'이러다 또 흐지부지 되는 건가?', '생각이 다 날아가기 전에 메모라도 해둘까?" 온갖 잡념이 휘몰아쳤다.
시작은 잘하지만 끝을 잘 맺지 못하는 고질병이 도질까 걱정도 되었다.
'에라, 모르겠고. 일단 한 자라도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급발진하다 흐지부지 되는 것보다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가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내일은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설을 쇠러 간다.
또 며칠 글쓰기를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돌아와 내 오래된 PC앞에 앉기로 다짐하며 주절주절 넋두리를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