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에 나쵸 남았어요?”
필라테스 수업을 갔던 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응? 방금 먹어치웠는데... 왜?”
“없으면 사가려고.”
“그러렴. 이왕이면 두 봉지 사 오렴.”
이번 주 내내 포트폴리오 촬영 때문에 바쁜 딸이에요.
다음 주에 있을 스튜디오 촬영에 앞서 집에서 시안을 준비 중인데, 여러 가지 소품이 필요한가 봐요.
작업한 디자인 중에 ‘맥주 페스티벌 팸플릿’이 있는데, 그 촬영을 하느라 나쵸를 샀었죠.
그제 밤 내내 주방에 온갖 조명을 다 켜고 촬영을 하더니,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쵸는 덩그러니 남아 있네요.
“정리를 좀 하지.”
혼자 구시렁대며 정리를 하려다 나쵸 한 조각을 베어 물었어요.
바사삭. 어, 왜 맛있지?
나쵸는 내 취향이 아니라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데, 제법 맛있네요.
갱년기엔 입맛도 바뀌나요? ㅋㅋㅋ
어차피 촬영은 끝났을 테니 마지막 한 조각까지 깨끗하게 먹어치웠어요.
그런데 나쵸가 남아 있느냐는 딸의 확인 전화가 온 거죠.
아직 촬영이 안 끝났나 봐요.
필라테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온 딸의 손에 나쵸 두 봉지가 있네요. 한 봉지는 내건가?
암튼 딸은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배치를 바꿔가며 촬영을 했어요.
오늘 아침엔 너무 일찍 나가서 얼굴도 못 봤고요.
주방은 어제 아침보다 더 엉망인데요.
그 와중에 나쵸 봉지 두 개가 눈길을 끄네요.
저걸 먹을까요, 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