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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라기 Feb 11. 2024

언니 만들어줘

"언니 만들어줘!"

울 딸이 툭하면 던지는 말이다.

친구 중 몇몇에게 언니가 있는 모양인데, 그게 그렇게 부러웠나 보다.

같이 쇼핑하고, 의논하고 심지어 서로 다투는 것까지도 부럽단다.

딸아, 엄마도 언니가 필요하단다 ㅠ

내가 나서지 않아도 먼저 연락해 오고, 부모님 일을 상의할 수 있는 언니 말이다.

이런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는 걸 보니 어젯밤의 날 선 카톡이 퍽 후회되나 보다.

가족여행 건으로 며칠 전부터 동생과 카톡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좀 늦추더라도 다 함께 갈 수 있는 일정을 잡아보자는 게 부모님과 나의 생각.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데 굳이 지금 여행 얘길 꺼내는 게 마음이 불편하다는 동생.

문장부호 하나 없이 보낸 동생의 카톡을 보다가  급발진했다.

그간의 불만까지 몽땅 실어 날이 선 말들을 우르르 쏟아내고 말았다.

난독증이 있는 것일까?

하룻밤 자고 일어나 다시 읽어보니, 그리 발끈할 일도 아니었던 것 같다.

좀 더 참을걸 그랬나?

언니답지 못 했다는 후회와 계속해서 일방적일 수는 없다는 감정이  오락가락한다.


딸과 둘밖에 없는 조용한 집, 슬쩍 딸의 눈치를 본다. "또, 왜, 왜, 왜?"

"엄마 너무 쓸쓸해. 곰인형이라도 안아서 위로받고 싶어."

"헐, 난 곰인형이 아니야."

호락호락 안아줄 딸이 아니다.  눈으로 레이저를 보내는 내게 한마디 덧붙인다.

"엄마, 쓸데없는 기대를 하니까 쓸쓸한 거야. 애초에 기대를 하지 마. 그러면 하나도 안 쓸쓸해."

끝내 안아주지 않고 제갈길 가버리는 깍쟁이.


올 가을은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가버렸는데, 오늘은 이상하다.

역에서 내려 걸어오는 공원의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쓸쓸해 보이고...

뒷감당도 못할 성은 왜 내 가지고...

주말 동안 집안 대청소라도 하며 마음을 달래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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