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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라기 Apr 23. 2024

뻥튀기를 추억함

엄마 마음은 부서지기 쉬운 거구나

“엄마 마음이야.”

노점에서 사 온 하트 모양 뻥튀기를 딸에게 건네며 실없는 농담을 했다.

“엄마 마음은 부서지기 쉬운 거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답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쳇, 하며 아들에게로 돌아섰다. 엄마와 누나의 티키타카가 어이없는지 헛웃음을 짓던 아들이 뻥튀기를 받아 들고는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내가 뻥튀기라는 단어를 어떻게 배웠는지 아세요?”

다섯 살 때쯤 뻥튀기가 먹고 싶었는데 ‘뻥튀기’라는 단어를 몰랐단다. 아무리 설명해도 엄마가 못 알아들으니 꽤나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러다 엄마와 함께 동화책을 읽었는데, 마침 거기에 뻥튀기 그림이 나왔단다. 기쁜 마음에 폴짝폴짝 뛰며 그걸 사달라고 했단다.

다음날 어린이집이 끝난 뒤 한달음에 집으로 온 아들은 깜짝 놀랐단다. 엄마가 정성스레 준비해 둔 그것은 끈적끈적한 연근조림이었으니까. 이게 아니라며 떼를 써보지도 못한 건 연근조림이 꽤나 맛있어서였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한다. 이름을 모르니 사달라고도 못하고 뭐 그랬단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와보니 아빠가 뻥튀기를 바사삭 거리며 맛있게 먹고 있더란다. 그렇게 뻥튀기라는 단어를 배웠다고 우리 아들이 주장한다. 사실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랬다니까 그랬나 보다 하고 웃었다.


하트 모양 뻥튀기가 신기해서 사 왔다가 옛 기억까지 소환하게 되었다. 기분이 몽글몽글한 김에 또 시시껄렁한 시 한 편 지어봤다.  



< 널 사랑해 >


봄 햇살 눈부신 오후

공원 앞 소담한 노점에서

사랑을 파는

노부부를 만났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구름처럼 떠다니는

하트 모양 뻥튀기


양손 가득 잡아들고

딸에게 속살거렸다

“엄마 마음이야”


“엄마 마음은 부서지기 쉬운 거구나”

바사삭 소리내어 입에 물고는

휙 돌아선다


깍쟁이 같은 너여도

간단없이 투덜거려도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이어도

네가 있어 다행이야


예리한 너의 말에

부서지고 부서져도 엄마는

널 사랑해


짧지 않은 취준생의 시기를 보내고, 첫 출근을 앞둔 딸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 재수했을 때, 휴학했을 때, 취준생이었을 때 좀 더 너그러운 엄마였으면 어땠을까? 둘째를 대하듯 좀 더 자유롭게 키웠으면 어땠을까? 나도 딸도 미숙해 날카로운 언어로 서로를 아프게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절 다 보내고, 어느새 친구처럼 성장한 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더 너른 세상에서 딸의 꿈이 봄꽃처럼 만개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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