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월요일 저녁엔 꼭 TV화면으로 유튜브를 봐요. 에버랜드 판다들의 새 영상이 올라오는 날이거든요. 꼬물꼬물 움직이는 쌍둥이 아기 판다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절로 웃음이 나요.
그제 저녁, 여느 월요일처럼 식사를 마치고 TV를 켰어요. 아, 그런데 TV화면이 심상치 않네요. 지지직거림이 심해서 볼 수가 없어요. 껐다 켜보기도 하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탁탁 두드려도 봤지만 소용이 없네요. 급한 대로 유튜브는 컴퓨터로 보고, 내일 아침에 AS를 신청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하룻밤 자고 일어났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참에 TV를 없애버릴까?' 어차피 안방에 작은 TV가 있기는 하지만, 거실 TV는 좀 다르잖아요. 남편은 주말 내내 소파와 일체가 되어 TV를 봐요. 코를 골며 자다가도 슬쩍 TV를 끄면 벌떡 일어나요. "잘 보고 있는데, 왜 꺼?" 쩝, 꿈에서도 보고 있었군요.
사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TV 없애기를 시도해 봤어요. 얼마 못 가 포기하긴 했지만요. 그런데 어차피 고장 난 거, 이참에 다시 해보자 싶었죠.
TV 없는 하루를 보냈어요. 마침 아무런 일정이 없던 화요일, 종일 집안 대청소를 했어요. 오랜만에 라디오앱을 켜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요. 청취자의 사연을 들으며 혼자 웃기도 하고, 다양한 음악도 들으니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눈이 구속되지 않아 편했어요. TV를 볼 땐 눈이 고정되니까 몸도 멈추게 되잖아요? 그런데 라디오는 제 할 일을 다 하면서 들을 수 있어 새삼 좋더라고요. '그래,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수요일 아침, 식탁에 앉은 딸이 "TV 한번 틀어볼까?" 하네요. "아직도 지지직거려"라는 나. 그래요, 사실 궁금해서 아침 일찍 한번 틀어봤었어요^^
딸의 성화에 리모컨을 눌렀는데, 이런! TV가 정상이 되어 있네요. ㅋㅋㅋ 딸과 저는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어요. 어제의 굳은 다짐은 어딜 가고, 왜 슬쩍 기쁜 걸까요? 사실 저 역시 만만치 않게 TV를 애정하거든요. 지방근무 중인 남편이 내려가고 난 일요일 저녁, 저는 살포시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켜요. "선수 교체" 딸의 팩폭은 여지없이 날아들고요.
망가진 줄 알았던 TV가 살아나서 기쁘긴 한데요. 그래도 이참에 TV 보는 시간을 줄이고, 라디오랑 친해져 봐야겠다는 마음은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