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콘치 Jun 12. 2024

언니, 갑자기 거긴 왜 갔어?

입맛이 돌아왔다는 것은 좋은 신호이다. 몸과 마음 둘 다 편안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체중계에 올라갈 때는 묘한 마음이 든다. 좋아하는 바지를 입었을 때의 착용감마저 달라지면 더 묘한 마음이 든다. 자칫 입맛이 없어 살이 쭉쭉 빠지던 때를 그리워할 뻔한 찰나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오랜만에 챌린저스 앱에 들어가 돈을 걸었다. 의지박약에 체력도 부족한 나에게 목표나 과제가 생겼을 때 아주 유용한 앱이다.


나의 어여쁜 바지를 계속 입을 수 있어야 하기에 인증에 돈까지 걸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살을 빼는 것이 뒷전이 되어버렸다. 목표의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는 동안은 오감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의 시간 속에 담아낼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에 취하며, 걷는 동안 만나는 것들에 감탄하며 걸었다. '이렇게 틈틈이 시간 속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채워 넣다 보면 내 인생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해지겠다!'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래서 일부러 사진도 찍기 시작했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에서 잠시 멈추어서 그 아름다움을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예쁜 꽃 사진을 혼자 보기 아까워 가족들에게 보내니 동생이 물었다. "왜 갑자기 수목원에 갔어?"

원래 나의 목적에 따르면 "살 좀 빼려고 운동 시작했어~"라고 답해야 맞지만, 그와 다르게 바로 떠오른 대답은 이것이었다.


"내 인생이 좀 예뻤으면 해서."


우웩, 오글거린다 생각도 됐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내가 살을 빼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살은 천천히 빼더라도(혹은 빼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이걸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은 들었다. 내 인생에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워 예쁘게 만들기!

이름도 예쁜, '캔들라이트 장미'
까치가 걷는 모습이 참 귀엽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의 미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