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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May 06. 2024

[밍기뉴] 처연한 목소리에 담긴 위로

맥시멈리즘이 넘치는 음악계에서 소소한 음악 구성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이들이 있다. 그중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위태로운 허스키한 보이스와 소박한 기타 선율만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아티스트, ’밍기뉴(Mingginyu)’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밍기뉴는 유튜브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디가수로, 주로 자작곡과 곡 커버 영상을 올리며 소통하고 있다. 기타와 허밍으로 구성한 곡들이 대부분인데 그 나름대로 담백하고 전달력이 좋아 호응을 얻고 있다. 밍기뉴는 유튜브에서 많이 사랑을 받은 노래들 위주로 싱글 또는 앨범으로 하나씩 음원을 발매하고 있다. 밍기뉴 유튜브 채널 댓글 창에서 팬들이 노래가 너무 좋으니 제발 음원을 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밍기뉴의 자작곡이 다 음원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자주 듣던 노래를 음원으로 발매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뜻밖의 선물을 받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아이돌처럼 분기마다 활동을 하고 프로모션이 쏟아지지는 않지만, 쏟아지지 않기에 음원 발매, 작은 공연, 미니 팬 미팅 등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런 게 인디가수를 좋아하는 소소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많이 알려져, 아니야 나만 알고 싶어…)


라일락 꽃

https://youtu.be/zuFMGdkVaMU?si=rG7MmESidTbD-ACO


밍기뉴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인디 음악 모음 플레이리스트였다. 플레이리스트의 첫 번째 곡이었던 '라일락 꽃’은 햇볕이 잘 드는 집에서 연인과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듯한 감상을 주었다. 평화로운 분위기와 “우리 나중에 함께 살면 라일락꽃을 심어놓자”라는 가사는 표면적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속삭이는 약속을 노래하는 것 같지만, 밍기뉴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 때문인지 이룰 수 없는 약속을 하는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사도 아름답거니와, 슬픔의 미학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그녀의 보이스에 매료되어 그 뒤로 밍기뉴의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대의 차가운 손

https://youtu.be/k2_WVmZDnHg?si=cxlU8gmNQNAOaJsp


‘그대의 차가운 손’은 밍기뉴가 작가 한강의 책 제목에서 따온 노래 제목으로, 책에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인지 가사도 책 내용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듯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 <그대의 차가운 손>은 공감에 서툴고 차가운 조각가 정운형(주인공)이 삶의 상처를 가진 두 여자를 만나 그 여자들의 인체를 작품화하면서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생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디찬 손은 숨길 수 없지만 / 그댄 이미 따뜻한걸요 / 그대 내 걱정 말아요 그걸로도 충분해요”라는 가사는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듯 희생적인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다. 책의 시종일관 서늘하고 무거운 분위기와 노래의 분위기가 많이 닮아 4분 동안 다른 사람의 세계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봄날은 간다

https://youtu.be/UPhu2tFDZU0?si=l73WThzQ8QIJjsU4


젊은 목소리로, 많은 것을 겪고 내려놓은 듯 ‘봄날은 간다’라며 청춘과의 작별을 고하는 밍기뉴의 목소리는 무정하다 못해 비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는 연애 경험이 별로 없는 어수룩하고 순박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정말 행복하게 사랑하고, 여자의 사랑이 식자 이별을 결심하고 떠나보내는 현실적인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남자의 슬픔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처럼 밍기뉴의 ‘봄날은 간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름다웠던 한때인 봄날이 지나가는 것을 애절하게, 그리고 허망하게 지켜보는 얼굴이 떠오르는 곡이다. 또, “봄날이 간다 / 나의 봄이 끝이 난다”하며 외치는 한이 맺힌 허스키한 목소리의 힘 때문인지 왠지 사극풍 노래처럼 느껴지도 한다.


Dear My All(나의 모든 이들에게)

https://youtu.be/aPazh8KaOMs?si=Z5fBbSzgMXWtFJD_


‘나의 모든 이들에게’는 밍기뉴가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위로의 집합체이다. 밍기뉴는 ‘자기혐오, 우울, 외사랑’ 등을 주제로 곡을 만들어왔는데, 그런 곡에서도 위로의 뉘앙스가 은근히 풍겨 나오고 있었다. 이 곡은 ‘위로’를 주제로 만든 곡으로 자신을 사랑해 준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응원이 담겨있다.

미니멀한 기타 튕기는 소리 사이 사이에도 그녀의 조심스럽고 서늘한 바람 같은 목소리가 스며있는 듯하다. “우울해도 돼 다 괜찮아질 거야 / 슬퍼해도 돼 다 지나갈 거니까” 하며 시작되는 이 노래는 이미 지독한 우울을 겪어 본 사람이 이제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따스함이 녹아있다. 무심한 듯 툭 던지는 위로의 노래를 다 듣고 나면, 노래를 듣던 사람이 우울의 늪에서 슬며시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만 알고 싶은, 하지만 나만 알기엔 너무 뛰어난 밍기뉴


밍기뉴의 곡에는 대개 우울, 슬픔, 애잔함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시리고 고독한 감정들에서 묻어나오는 그녀의 가사는 어쩐지 사람에 대한 위로와 공감으로 가득해 한없이 따듯하게 느껴진다. 담백한 기타 선율과 처연한 멜로디로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밍기뉴를 보고 있자면, 고(故) 김광석이 떠오르기도 한다.

출처 미러볼뮤직

기타와 목소리만으로도 노래를 풍성하고 몰입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밍기뉴의 장점이다. 뷔페에서 눈 돌아갈 만큼 많은 음식을 먹고 즐기다, 어느날 우연히 들어간 작은 가게에서 재료 몇개의 본연의 맛으로도 훌륭한 맛을 낸 음식을 만난 느낌이다. 나만 알고 싶은, 하지만 나만 알기에는 너무 뛰어난 재능을 가진 그녀를 스크린에서도, 넓은 공연장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밍기뉴의 처연한 목소리가 가진 위로를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기를!



written by. Editor S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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