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쓸신팝 Jun 24. 2024

[빌리 아일리시] 쓰고 단 빌리의 영화 속으로

천사처럼 아름다운 눈동자와 천사 같은 목소리를 가진 빌리 아일리시는 본인의 음울함을 노래로 표현하는데 탁월함을 가진 가수이다. 이번 앨범 <HIT ME HARD AND SOFT>로 빌리 아일리시는 그녀의 천재성과 음울함의 미학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출처 멜론


비록 현시점 유행하는 이지리스닝은 아닐지 몰라도, 빌리의 앨범을 들으면 우리를 영화 속으로 데려가 그녀의 BITTERSWEET 한 사랑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는 10개의 트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CHIHIRO’, ‘WILDEFIOWER’, ’THE GREATEST’에 대해 리뷰하고자 한다. 그럼, 바다 속 인어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로 매혹하는 빌리의 앨범 ‘HIT ME HARD AND SOFT’ 속으로 빠져들어 가 보자.

출처 멜론

트랙 3 CHIHIRO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그 ‘치히로(CHIHIRO)’가 맞다. 치히로가 이름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을 빌리가 곡에 녹인 것 같다. 곡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I don't know’라는 가사는 의지할 곳 하나 없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불안한 감정을 대변해 준다.
“Did you / take / My love / away / From me? (네가 내 사랑을 나에게서 빼앗아 간 거야?)”라는 한 문장을 끊어서 부르는 후렴구가 긴장감과 서늘함을 주어 인상적이다. 또 2절 브릿지에서 강한 사운드에 묻혀 빌리의 목소리가 침몰하는 듯한 연출이 훌륭하다. 아웃트로에서 남자와 함께 부르는 부분도 유니크했다.

https://youtu.be/e_AZJzYe7CU?si=x_11_A0ULxT9YGBD


트랙 5 WILDEFIOWER
잔잔한 기타로 시작하는 이 곡은 친구의 전남친을 사랑하게 된 빌리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And I wonder /
Do you see her in the back of your mind in my eyes?” 남자가 자신을 볼 때 자신의 친구를 생각하는지 “Did I cross the line?” 내가 선을 넘은 건 아닌지 등 답이 돌아오지 않을 물음으로 빌리는 자신이 느낀 “like I’m burning alive” 불에 타는 것 같은 죄책감을 말하고 있다. 나는 너와 있을 때 내 친구가 생각난다는 고백에서 시작해 말미에 너도 나처럼 내 친구가 생각나느냐는 물음으로 끝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한 여운을 남겨 준다.

https://youtu.be/l08Zw-RY__Q?si=Zacyb7AqE_6ucO6r


트랙 6 THE GREATEST
이 곡은 상대에게 쏟아부은 사랑을 돌려받지 못한 슬픔을 말하고 있다. 가느다랗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이런 너를 견디고 참아온 “Man, am I the greatest!(와, 나도 참 대단하다!)”라고 반복해서 외치고 있다. 1절 후렴에서는 감정을 점점 끌어올리다 터트리진 않고 자조하듯 툭 내려놓으며 노래한다. 반면 2절 후렴에서는 강하게 “Man, am I the greatest!(와, 나도 참 대단하다!)”라고 외치며 밴드 사운드가 함께 나와 끌어올렸던 감정을 시원하게 터트린다. 그리고 신음하는 듯한 허밍과 어우러져 비극적인 곡 분위기를 형성한다. 아웃트로에서는 “I shouldn't have to say it / You could've been the greatest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만/ 너는 내 최고가 될 수도 있었는데)” 라는 가사로 제목인 ‘The Greatest’의 중의적인 의미를 밝혀 강력한 여운을 남긴다. 외사랑과도 같은 아픈 사랑을 한 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맹목적으로 쏟아부은 사랑, 시간, 에너지를 모두 다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 상대에 대한 원망, 미련이 잘 묻어나는 곡이었다.

https://youtu.be/WkdQhfDRBKs?si=PkMKzaeJsi7-UjtR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천재성

출처 멜론

이번 앨범에서 감탄했던 점은 곡에서 의식의 흐름처럼 사운드가 휙휙 바뀌는 구간이 꽤 많았는데, 그것이 ‘나는 이런 것도 할 줄 안다. 이게 리스너를 공략한 놀랄만한 포인트야’라는 허세나 인위적인 느낌이 하나 없다는 것이었다. 너무 자연스러워 이 노래들을 만든 빌리와 그의 오빠(피니어스 오코넬)의 천재성이 무서울 정도였다. 꿈 속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장면이 바뀌어버리는 것처럼 그 물 흐르는듯한 자연스러움에 저절로 납득하게 된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앨범

출처 멜론

앨범을 다 듣고 나면 빌리는 그 동안 무슨 사랑을 해온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사랑에서 파생된 깊은 BITTERSWEET 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분명 앨범을 들었을 뿐인데 집중해서 노래를 듣고 나니 40분 정도의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온 듯 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음에도 빌리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색에 또 놀라는 시간이었다. 빌리의 목소리라면 어떤 단어도 아름답다고 느끼게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 트랙 ‘Blue’에서 빌리는 “I try / To live in black and white but I'm so blue(나는 흑백으로 단순명료하게 살고 싶은데, 나는 너무 우울해)” 라고 말하고 있는데, 빌리가 가진 ‘Blue’가 어느 것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빌리의 독보적인 매력이 될 수 있도록 빌리가 음악으로 잘 풀어나가는 것 같다.

빌리 아일리시와 같은 천재와 동시대를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이 명반으로 빌리가 또 한 번 그래미 상을 수상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written by. Editor S

매거진의 이전글 [Charil XCX] 하이퍼팝의 대명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