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방구석 음악인에서 싱어게인 1위의 주인공으로! 그야말로 음악영화의 주인공 그 자체인 이승윤. 뜨거운 여름, 시원한 밴드 사운드로 더위를 식혀줄 정규 3집 선 발매 앨범인 <역성>으로 찾아왔다. <역성>은 ‘성씨를 새로 바꾼다’라는 뜻으로 ‘거스를 수 없는 것을 거스르겠다’는 이승윤의 의지를 담은 앨범명이다. 그가 이번 앨범으로 어떤 것들을 거스르며 우리에게 쾌감을 줄지 알아봐 보자.
폭포는 6분의 긴 러닝타임으로, 숏폼시대의 흐름을 거스른다. 시원한 사운드의 긴 인트로가 끝나고 시작되는 이승윤의 목소리는 게센 물줄기 위에 또 다른 물줄기 하나가 올라탄 듯 자연스럽다. 시원스러운 밴드 사운드만큼 노련하고 거친 이승윤의 목소리는 하나의 악기로 기능하는 것 같다. 싱어게인의 결승전에서 이승윤이 이적의 노래 ‘물’을 커버한 무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아마 이번 이승윤의 노래 ‘폭포’에서 보이는 그의 파워풀한 보컬로 그때와 비슷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멜론
가사 “걸음 걸음 걸음 걸음 멈추네” 부분에서 끝에 흘리는 발음은 듣는 맛을 더하고, 같은 단어의 긴장감있는 반복을 맛깔나게 표현해낸다. 이승윤은 자신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전, 음악에 많은 돈을 쓰지 못해 퀄리티 높은 음원을 만들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고 말한 바 있다. “허무야 나를 부숴봐/ 숭고야 나를 부숴봐/ 운명아 나를 부숴봐/ 내 분수를 이제 보여줄게” 음악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허무감, 운명 등 상처받고 부서졌지만, 마음껏 역량을 펼칠 기회가 생긴 이후 그 모든 설움을 터트리는 듯 퀄리티 높은 음원을 내고 있다. 폭포를 뒤집어 분수로 만들어보고자 했다는 이승윤의 말처럼, 이 곡은 쏟아지는 폭포를 저항하지 못하고 맞고 있는 대신, 그것을 뒤집어 자신을 위한 신나는 축제의 분수로 만들어 버린 듯하다. 깔끔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보컬의 강약 조절이 훌륭해 긴 곡임에도 지루함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신난다.
타이틀인 ‘폭포’가 길어서 방송에서 무대를 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해, 이승윤이 하나 더 타이틀로 한 것이 ‘폭죽타임’이다. 어둠에 생채기를 내서 불꽃놀이를 하겠다는 내용의 곡이다. 어둠과 폭죽의 대비를 잘 살린 가사가 한 편의 시 같다. 이승윤의 감각적인 작사 능력이 돋보인다. 가사 “어둠 속의 빈틈 속으로 / 지진과 같은 섬광을 뿌려”에서 ‘빈’와 ‘지’의 힘을 빼고 길게 늘림으로써 보컬이 빠르게 달려 나가다, 브레이크를 중간중간 밟아주는 듯해 쫄깃한 매력이 있다. 프리코러스에서 긴장감 있는 비트와 보컬 강약 조절로 폭죽이 터지기 직전의 기대감을 사운드로 잘 끌어올려 준다. 그 후 코러스에서 힘차게 “포 폭죽 타임”이라고 외쳐 시원하게 터트려준다. 짧고 임팩트 있는 가사로 어둠 속에 휭 날라가 펑 터지는 폭죽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야말로 사운드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했다.
“지금 이 순간을 넘치게 흩날리자 / 우리는 어딘가서 또 만날 거야” 목적지가 같지 않아도, 지금 당장 만나지 못한대도 크게 연연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는 희망을 담은 곡이다. 공간감이 상당히 좋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악기 소리와 쇠 맛에 청량을 한 스푼 섞은 이승윤의 목소리 덕에 바람 부는 평화로운 강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후렴에서 “어딘가”를 발음할 때 하나씩 끊어 외치듯 부르는데 그것이 이 곡의 청량감을 확실하게 잡아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캐논 변주곡’의 코드 진행(C-G-Am-F)은 일명 머니코드라고도 불린다. 따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은 코드 진행이며 히트곡에도 많이 쓰인 코드이다. (예: Maroon 5-Memories / 악동뮤지션- 오랜 날 오랜 밤/ 로이킴- 봄봄봄) “아름답기만 한 빛을/ 담아 두고 싶어서 / 이 코드를 아꼈어” 가사를 보면 이승윤이 얼마나 이 코드를 아꼈는지 알 수 있다. 캐논 코드를 아끼고 아끼다 마침내 꺼낸 이승윤은 ‘캐논 코드’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곡을 만들었다. 완벽한 곡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고, 캐논 코드를 사용해 또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를 빚어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캐논’으로 이승윤의 음악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말하며 따스하게 앨범을 마무리 지었다.
출처 멜론
이승윤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앨범
앨범 <역성>은 이승윤의 보컬적 역량과 공간감이 빛나는 앨범이다. 언어를 가지고 노는 그의 언어적인 센스, 발음을 활용해 듣는 맛을 살리는 노련함이 빛난다. 또한 프리코러스와 코러스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상당하다. 10년간 무명 생활을 딛고 기적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이승윤은 음악인들에게는 ‘희망’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무명 음악인들이 꿈꾸는 미래를 실제로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10년 간의 이승윤의 노력과 꿈을 놓지 않은 사랑이 헛되지 않게 이제 가사로, 보컬로, 음악으로 잘 숙성되어 세상에 나오고 있는 듯하다. 그 노력과 설움의 결정체가 세상에서 더 많은 빛을 받기를 바라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