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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Aug 05. 2024

[설] 이야기를 들려주는 밴드

앞선 다른 밴드를 소개하는 글들에서 2010년대 중후반 등장한 실력파 팀, 공간계 계열 활용도가 우수한 팀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밴드가 있다.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굳혀져 가던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시도한 변신에도 성공하며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있는 작은 악동 ‘SURL’이 오늘의 주인공. 여태 안 그랬던 적이 없다만 곡을 추리는 과정이 너무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매력을 보유한 설의 음악 속으로 함께 가보자.

충격적인 등장 (feat. 여기에 있자) 

https://www.youtube.com/watch?v=Pbgc5l-PrVw

SURL - 여기에 있자 | [배민라이브]

아티스트의 지명도나 활동 경력 등과 무관하게 곡의 메리트만으로 선정된 곡을 담는 민트페이퍼의 앨범 프로젝트 [bright]. 해당 앨범 4번 트랙 ‘여기에 있자’로 데뷔한 SURL은 밴드 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트랙 재생과 동시에 나오는 보컬 설호승의 깊이 있는 허스키한 음색은 ‘충격적인’ 유니크함을 자랑한다. 이 곡과 함께 해당 연도 9월 ‘2018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 대상, 12월 ‘EBS 올해의 헬로루키 with KOCCA’ 우수상 수상으로 슈퍼루키 밴드로 부상했다.


맑으면서도 허스키한, 청량하면서도 깊이 있는 보컬 (feat. 눈) 

https://www.youtube.com/watch?v=zRc5o3NXHE4

SURL - 눈 | [온스테이지2.0]

보컬 설호승의 음색은 일반적으로 가수들의 음색을 표현하는 한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 깨끗하면서도 허스키하고 청량한 음색이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그의 보컬은 이전까지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유니크함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무기를 앞세워 감성 있는 음악들을 들려주었고 이후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하게 된다.


공간감 표현의 권위자 (feat. Cilla) 

https://www.youtube.com/watch?v=PzZCIa4R4Wo

SURL - Cilla | Live at concert 'Colors'

설의 노래들이 주는 울림은 설호승의 깊이 있는 음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언급되었던 것처럼 리버브/딜레이 등의 효과를 통해 공간감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 것에 일가견 있는 이들은 트랙 별로 다양하게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러한 연주들이 보컬의 몽환적이고 깊이 있는 음색을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딜레이의 활용이 일품인 ‘Cilla’에서 천천히 사운드들을 더해가며 층을 입히는 원곡 인트로는 처음 보면 마법 같을 것이다.


섬세한 표현력의 연주 (feat. The Lights Behind You) 

https://www.youtube.com/watch?v=ecgp5SZgKHU

SURL - The Lights  Behind You | [온스테이지 2.0]

사운드 활용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양하게 연주로 표현하는 것에도 매우 능하다. 각 사운드에 맞춰 섬세한 강약 조절을 통해 분위기를 형성하고 보컬을 서포트한다. 보컬이 가진 매력이 빛날 수 있도록 집중시켜야 할 부분들에서는 적절히 빈 사운드를 채워주고 연주로 흐름을 고조시킬 때는 몰아치기도 하며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블루지한 연주로 이를 잘 보여준 ‘The Lights Behind You’에서 후반부 예술적인 기타 톤으로 천천히 빌드업을 쌓아나가며 몰입감 있는 구성을 가진 설호승의 기타 솔로는 꼭 들어보길 권한다.


스토리텔링에 능한 자들 (feat. 열기구) 

https://www.youtube.com/watch?v=kCdiT2dWju8

SURL - 열기구 | [Nrdist] Live Video

밴드명 ‘설’이 한자 말씀 설을 영문표기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밴드’라는 뜻을 담은 만큼 음악 자체가 가진 스토리텔링이 이들의 매력이다. 록과 블루스 장르를 자신들의 강점과 매력을 살려 표현하며 곡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상적인 가사들과 주제에 맞는 분위기를 형성하다 보니 이들 곡의 제목이 그 곡과 매우 잘 매칭되는 편이다. 앞서 소개된 ‘눈’에서는 추운 겨울 눈이 내리는 모습이 생각났다면 이번 곡 ‘열기구’는 노을이 지는 저녁 열기구를 타고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트렌디함 그 자체 (feat. Don’t Say No) 

https://www.youtube.com/watch?v=WP3k7gQlciY

SURL - Don't Say No(feat. 박재범) | [유희열의 스케치북]

기본적으로 목소리 자체가 특색 넘치고 사운드들이 매우 트렌디하다 보니 음악 자체가 매우 신선하다. 자신들의 트렌디함을 뽐낸 곡이 바로 ‘Don’t Say No’. 트렌드의 대명사 박재범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 곡은 밴드 음악과 힙합이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했다. 박재범의 넓은 장르 소화력도 한몫했겠지만 그의 보컬과 랩에 맞는 연주를 선보이는 것에서 이들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재미없다고? (feat. 여긴 재미가 없어) 

https://www.youtube.com/watch?v=3X2GNnqg3FY

SURL - 여긴 재미가 없어 | [더 시즌즈 - 최정훈의 밤의공원]

여기까지만 보면 설이 음악성 좋고 특색은 있지만 조금은 정적인, 흔한 인디밴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본인들도 이를 느낀 것인지 그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보컬 설호승이 새빨간 머리로 염색하며 작은 악동을 표방하며 이들이 보여주는 음악이 조금 더 힘 있는 모습을 가지기 시작했다. 2022년 하반기 출연했던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서 이를 잘 보여주었는데 30분 자작곡 미션에서도 반항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를 선보이더니 파이널 8에서 ‘여긴 재미가 없어’를 통해 본인들이 재밌는 밴드임을 증명했다.


무대를 뒤집는 악마 (feat. WHAT TIME IS IT NOW?) 

https://www.youtube.com/watch?v=ZRVQjoE-WV4

SURL - WHAT TIME IS IT NOW? | Live video at concert 'review of us'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에너지를 선보이기 시작하며 그들은 무대를 뒤집었다. 이전 정적인 곡들에 비해 보다 자유롭고 활기차게 무대를 뛰어다니고 자신들의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했다. 스스로 연출하고 싶은 분위기도 보다 어두운 ‘악마’였던 만큼 붉고 어두운 강렬한 조명들과 싸이키 효과 등 무대 연출도 적극 활용해 그들이 선보이고 싶은 음악을 표현했다. 곡 자체에서도 긴박함을 표현한 ‘WHAT TIME IS IT NOW?’의 라이브 무대에서 후반부 연주와 마무리를 보면 이들이 연출하고 싶었던 폭발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무아지경에 빠져들다 (feat. HYPNOSIS) 

https://www.youtube.com/watch?v=G6vMh-4_kpQ

SURL - HYPNOSIS | [I'm LIVE]

설의 음악이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만큼 멤버들도 자신들의 음악과 연주에 빠져드는 것을 다양한 라이브 영상들에서 볼 수 있다. 온전히 그 상황에 몰입하고 마치 연기를 하는 것처럼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움직인다. ‘퍼포먼스를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보다는 곡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여 그에 따라 모든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일종의 무아지경 상태를 보는 기분. 악기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터지며 나오는 ‘HYPNOSIS’에서 이러한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설이 들려줄 이야기들 (feat. 선인장) 

https://www.youtube.com/watch?v=qcCke5YuUSc

SURL - 선인장 |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최종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결승전에서 이들은 결성 초기 “언젠가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선다면 이 곡을 선보이자” 다짐하며 처음으로 만들었던 ‘선인장’을 선보였다. 붉은 머리 진한 화장을 하고 이 곡을 선보이는 설호승의 모습은 여전히 활동 초기 돋보였던 서정적이고 짙은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설의 변화에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고 이전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설은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설이 앞으로 들려줄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이고 그들의 다짐대로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설 그 순간을 기다리며 이들의 음악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Written by.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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