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쓸신팝 Aug 20. 2024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의 조화, 정인 & 마일드 비츠

우리는 유명한 아티스트가 이름 없는 또 다른 아티스트가 콜라보하는 경우를 상상하는 경우가 있다. 메인스트림에 올라와 있는 가수가 항상 대중들한테 들려주는 음악들이 물론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때로는 이 가수가 다른 스타일의 곡이나 신선한 느낌을 주는 곡을 들려주는 경우는 없을까 하면서 가정들 내세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이름 모르는 어떤 아티스트가 메인스트림 가수와 협업하는 장면을 보인다면, 우리는 이러한 소식에 새로워하며 놀람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것은 낯선 감정이라기보다는, ‘저 아티스트는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 가수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되었지?’라는 생각을 하며 신기하게 여기며, 그 결과물에 반가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8월 2일에 새롭게 콜라보레이션 앨범을 발매한 정인 & 마일드비츠의 앨범의 경우도 이와 같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대중들은 정인이라는 아티스트를 너무나도 익숙한 보컬리스트로 인식하고 있고, 히트곡도 ‘미워요’, ‘오르막길’ 등 아주 많은 명곡들이 수십 년 동안 인기를 얻고 있는 명실상부 검증된 발라드 가수이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새로운 앨범을 들고 올 것이라는 소식을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려오더니, 한동안 작업물에 대한 소식이 잠잠하다 갑작스럽게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마일드비츠라는 프로듀서와 합작앨범을 발매를 한 것이다.




마일드비츠, 그는 프로듀서이긴 하지만, 케이팝은커녕 대중음악인 분야에서는 접점 자체가 거의 없는 정통파 힙합 프로듀서이다. 샘플링을 기반으로 90년대 스타일의 붐뱁 장르의 힙합을 계속 만들어온 그는 커리어 내내 언더그라운드 내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는 작곡가이며 비트메이커였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인기를 얻었던 곡은 그나마 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넉살과 딥플로우 프로듀서 팀이 총괄을 맡았던 단체곡 ‘패’의 작곡을 맡았던 것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심지어 이 곡에서도 정통 스타일의 붐뱁곡을 제작했었고, 그는 2005년 정식으로 데뷔한 이래 이러한 곡들을 제작해왔기 때문에, 첫 메인스트림 가수와의 공식 콜라보레이션 앨범이 정인과의 합작 앨범이기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https://youtu.be/emHBKYCVKtk


물론 정인의 경우도 데뷔를 힙합씬에서 보컬 피쳐링으로 데뷔를 했으며, 그 뒤로도 특히 리쌍과 수많은 곡에 피처링을 맡아왔기 때문에, 힙합 장르와 연결점을 분명히 존재했고, 그 연결고리도 매우 끈끈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인이 참여해 왔었던 힙합 음악 장르의 스타일은 대체적으로 랩으로 구성된 벌스- 훅이 반복되는 대중적인 스타일의 2000년대 스타일의 대중적인 한국 힙합과 같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마이너한 스타일의 음악을 어떻게 구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https://youtu.be/c8YZp2c6viI



앨범 전체를 훑어보자면, 전반적으로 힙합이라고 하기보다는 재즈의 형태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멜로디의 질감은 샘플링을 위시한 따뜻하고 바이닐 특유의 음질이 가득하고 드럼의 질감 또한 붐뱁의 느낌을 그대로 묘사했으나 음악 곳곳에는 다양한 악기들이 연주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힙합의 반복되는 루핑 스타일의 곡 구조보다 변칙적인 사운드로서 곡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실험적인 측면도 돋보이고 있다. 이는 마일드비츠가 커리어를 거쳐오면서 샘플링의 작법을 넘어 2018년부터 앰비언트한 스타일의 익스페리멘탈 힙합 장르를 점차 시도해 스타일을 다양화해온 노력이 거둔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1번 트랙의 <뭐?>의 경우에는 가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곡 길이는 4분 20초의 제법 긴 축에 속하지만 노래 내내 허밍과 스캣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공연하기전에 목을 푸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하나의 곡이라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인트로 같은 역할을 하는 색다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일드비츠도 간결한 드럼 위에 반복적인 미니멀한 신스사운드,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색소폰 사운드를 첨가함으로로서 힙합, R&B의 색깔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FHf6orgic88


2번 트랙의 <Midnight running>은 오히려 재즈 힙합의 스타일이 돋보인다. 앞선 트랙에서는 신디사이저 음악 소스가 적극적으로 채용되어 곡의 바운스감을 더욱 살리는 특징이 돋보였지만, 여기에서는 조용한 피아노와 관악기 사운드가 보컬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있어 정인의 보컬 사운드가 더욱 돋보이게 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차분한 스타일의 재즈 멜로디의 루핑에 보컬이 얹어진 곡의 구성은 마치 2000년대 초반의 Erykah Badu를 연상시키게 한다. 여기에 곡의 후반부에서는 변주를 극대화에 곡의 반복적인 느낌을 상쇄시켜 주는 효과를 지닌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87Htb_ApDg4


3번 트랙 <작작>에서는 곡의 초반에는 요란하면서도 몽환적인 마일드 비츠의 독주가 1분 가까이 지속되다가 2번 트랙과 비슷한 종류의 조용한 느낌이 강한 알앤비 스타일의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2번 트랙과는 다르게 가사에서 좀 더 직설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제목이 <작작> 인 것처럼 비슷한 음절의 ‘아니’, ‘아냐’와 같은 단어들이 반복해 나오는데, 조용한 비트와는 다르게 감정을 실어서 노래를 하는 상반된 매력을 준다. 보컬에는 분노를 누르는 듯한 느낌이 묻어나와 그 감정을 제대로 보여준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x7Oe15XBjGc


4번 트랙 <Fate Fighter>에 들어와서는 이전의 3개의 트랙과는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락적인 요소가 강한 기타사운드가 곡 초반부터 치고 들어오는데, 앞서서 직설적인 가사를 보여주는 <작작>처럼 더욱 자기주장이 강한 가사가 나올 것이 예상이 되며, 이는 제목처럼 그대로 들어맞는다. 만만해 보이지 않을 것이며 세상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당당한 가사가 곡의 분위기를 그래도 살려내고 있으며, 드럼도 더욱 강렬해져서 알앤비에 인디락 사운드가 결합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5v0agYdurn4


5번 트랙 <적>은 마일드비츠의 본래 강점인 힙합 트랙을 그대로 앨범에 얹어온 느낌을 준다. 변칙적인 멜로디가 아닌, 힙합 특유의 루핑(Looping)사운드를 그대로 가져와서 보컬에 얹혀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보컬 대신 랩을 얹어도 될 만큼 정통 힙합의 사운드를 보여준다. 이러한 곡의 느낌은 과거 그가 2008년에 낸 노래인 Hoop!(Feat. Dead’P, Mellow)가 다시 재현되는 듯하다. 여기에 마지막엔 아웃트로를 따로 연주하는 것은 힙합 프로듀서 Pete Rock의 힙합 인스트루멘탈작법을 보는 느낌을 주었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7_ncp1yGS2I


https://youtu.be/TrTgVvlGg2A



6번 트랙 <Love warrior>은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여타 R&B와 비슷한 느낌을 보여준다. 다만 브라스 사운드가 다른 트랙들에 비해 돋보이는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즉흥연주를 하는 듯한 재밍(Jamming) 사운드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마치 힙합 장르 밴드의 최고봉을 자랑하는 The Roots의 스타일이 묻어나오는 느낌을 준다. 반복해서 ‘Love is the Answer’을 외치는 정인의 보컬은 삭막한 세상에서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호소하는 것에 더욱 설득력을 부여하는 듯하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dZDnG5YWC90


마지막 트랙 <탓>은 이전 6개의 트랙의 특징들을 조금씩 모두 가져와서 그것들을 모두 섞어서 내놓은 듯한 샐러드 같은 트랙이다. 비트 자체는 반복되는 멜로디를 지니고 있지만 곡 중간중간에는 몽환적인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첨가하고 있으며, 가사에서는 ‘탓’, ‘가’와 같은 동어 반복을 하면서 보컬이 노래에서 돋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정통 힙합 드럼 사운드를 해서 블랙 뮤직의 색깔을 그대로 살리려는 마일드비츠의 장인 같은 솜씨가 보인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hnowbHaAuX8


<정인 & 마일드 비츠> 합작 앨범은 잠시 메인스트림에서 한 발짝 떨어진 대중 가수와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가 특정한 구심점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내면 얼마나 훌륭하고 자연스러운 곡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사례라고 여겨진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음악들이 원래 가수들이 하고 싶었던 음악이어서 자연스럽게 음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며, 정말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음악의 옷을 입고 있어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더욱 본인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본 작품을 들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메인스트림 아티스트가 이런 신선한 콜라보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









                    

매거진의 이전글 [더베인] 강렬하고 정확하게 날아가는 화살의 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