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CRAZY, CATSEYE, dreamscape
위의 세 단어는 하이브와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의 게펜 레코드가 합작한 글로벌 걸그룹의 팀명 후보들이다. 세 후보 중 만장일치로 멤버들이 직접 고른 팀명 ‘캣츠아이(KATSEYE)’는 고양이 눈이 다양한 각도로 빛을 반사하듯, 각 멤버의 독특한 매력과 재능을 의미한다.
전 세계 각지에서 12만 명이 지원한 오디션 프로그램 <The Debut: Dream Academy>를 통해 결성됐으며 미국, 필리핀, 한국, 이탈리아와 스위스까지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다니엘라, 라라, 마농, 메간, 소피아, 윤채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90일간의 치열한 오디션 과정에서 댄스, 보컬, 팀워크, 콘셉트 소화력, 예술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멤버들은 6,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고, 지난 6월 선공개 곡 ‘Debut’를 통해 본격적인 데뷔를 알렸다.
최근 넷플릭스에서는 캣츠아이의 데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팝스타 아카데미: KATSEYE>가 공개되어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Soft Is Strong.’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이는 캣츠아이의 정체성을 담은 문장으로, 부드러운 음색과 목소리로 내면의 강한 힘과 능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첫 앨범명에도 당당히 내세우고 있는 정체성, 이들의 첫 EP [SIS(Soft Is Strong)] 중 세 곡을 리뷰해 보았다.
SIS (Soft Is Strong)
이 곡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전체적으로 곡을 이끌어가는 베이스 사운드다. 부드러운 느낌의 보컬과 대비되는 저음의 베이스는 곡의 중심을 잡아주며, 안정감을 더해준다.
데뷔 곡에 걸맞은 제목, 말 그대로 이들의 ‘데뷔’를 가리키고 있지만 가사 중 “We can run it, run it, run it, no this ain’t a debut”라는 파트는 ‘우린 이미 프로처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건 단순한 데뷔가 아니다’라는 자신감을 드러내며, 그룹의 실력에 대한 확신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보컬 사이로 들리는 클랩과 휘슬 사운드는 위의 가사와 어울리는 당당한 이미지와 에너제틱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베이스와는 달리, 드럼 사운드는 비교적 가볍고 속도감 있게 구성되어 있어 곡에 다이나믹한 느낌을 준다. 또한 첫 박에 주는 강세는 곡의 강렬함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로 자리 잡아 더욱 몰입감을 더한다.
부드러운 음색과 대비되는 강렬하면서도 경쾌한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어 부드러움 속에 강한 심지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적인 면에서 이 곡이 캣츠아이가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 즉 이번 앨범의 제목이자 주제인 ‘Soft Is Strong’과 가장 잘 어울리는 트랙이라고 생각된다. 음색은 부드럽지만, 그 속에 담긴 표현은 매우 파워풀하며, 이 조화가 곡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첫 앨범 발매 전 첫 선공개 곡으로 발매되었던 이 곡은, 제목과 가사가 미처 다 공개되지 않은 이들의 행보를 기대하기 만들기에 충분했다.
울림과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가 특징인 곡. 특히 여름이라는 계절에 잘 어울리는, 가벼운 사운드가 인상적인 업비트의 팝 장르 곡이다.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사운드와 음색은 국의 싱어송라이터 PinkPantheress의 음악, 특히 ‘mosquito’가 떠오르기도 했다.
제목이자 후렴 가사인 ‘Touch’를 비롯한 가사들이 반복되며 곡에 중독성을 더한다. 단순하지만 귀에 오래 남는 멜로디와 함께 심플함 속에서도 섬세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Touch’는 앨범 발매 전 두 번째로 공개된 선공개 곡으로, 첫 선공개 곡이자 데뷔곡인 ‘Debut’와는 또 다른 느낌과 매력을 보여준다. 두 곡 모두 각기 다른 스타일과 분위기를 통해 앞으로의 캣츠아이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건반 사운드와 함께 미니멀하게 시작되는 곡. 이후 드럼이 들어오면서 곡이 한층 더 확장된 느낌을 준다.
팝 발라드, 얼터너티브 팝 장르의 이 곡은 멜로디와 보컬,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차분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가사에서는 멜로디와 대비되는 강인함과 단단함이 드러나며, 이들의 정체성인 ‘Soft Is Strong’을 또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사 중 “At least I can say that I did it my way / Gas pedal like 95 flying east bound / Hands up no slowing me down”과 “Cause now I realize growing up ain’t what it seems so / Now I just live for today / And if I make a couple mistakes”는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표현,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의 깨달음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멜로디와 가사, 부드러움과 강인함의 조화를 통해 캣츠아이의 음악적 정체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확장성과 글로벌화
이 글의 주인공 캣츠아이 외에도 글로벌화에 도전한 아이돌들은 적지 않다.
최초의 전원 외국인 걸그룹 블랙스완을 비롯해, 하이브의 &TEAM, JYP의 VCHA, NiziU, 보이 스토리, SM의 WayV와 NCT WISH 등 다양한 그룹이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통해 K-pop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SM은 올해 영국의 레이블과 협력하여 영국 보이 밴드 Dear Alice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글로벌 아이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며 도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팝의 본질은 한국에서 시작된 음악적 장르와 퍼포먼스 스타일을 넘어, 글로벌 팬덤과 독특한 트레이닝 시스템, 강력한 퍼포먼스, 뛰어난 비주얼 요소들로 구성된 문화적 현상이다. 케이팝은 한국적인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다양한 문화와 융합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케이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한국인이 없는 그룹이라고 해서 케이팝의 정체성을 잃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케이팝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일부 국내 대중들은 한국인 멤버가 적거나 없는 것을 아쉬워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오히려 이러한 다양성이 케이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특히,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이 포함된 그룹들은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언어를 통해 팬들과 더욱 깊이 소통할 수 있고, 독특하고 신선한 음악이나 비주얼 등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콘텐츠 또한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케이팝의 글로벌화에는 부정적인 측면 역시 존재한다.
현재 케이팝이 단순히 한국에서 시작된 음악 장르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음악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로 인한 케이팝이 가진 문화적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국적인 요소가 부족한 그룹이 케이팝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한국 문화의 대표성과 중요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걱정 외에도, 상업적 접근으로 인해 케이팝의 음악적 정체성과 가치가 변질될 위험도 있다. 또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현지 팬들에게 완전히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들은 케이팝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본래의 한국적 정체성, 케이팝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캣츠아이는 바로 이러한 글로벌화의 예시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글로벌 걸그룹으로서,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이 모여 새로운 음악적 색깔과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캣츠아이의 첫 앨범 [SIS(Soft Is Strong)]은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글로벌 걸그룹으로서의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다. 그들의 데뷔 앨범이 보여주는 다양한 음악적 색깔과 메시지는 케이팝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문화와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K-pop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결국, 케이팝의 글로벌화가 그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길을 찾고, 케이팝만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전 세계 팬들과의 유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캣츠아이는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그들이 어떤 성장을 이루어 나갈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앞으로도 캣츠아이가 케이팝의 경계를 확장하며, 진정한 글로벌 아이돌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음악적 정체성을 지켜나가기를 기대해본다.
-written by.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