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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May 20. 2024

간병일기 54

들떴다 우울했다

들떴다 우울했다


지난 토요일 새벽, 남편에게 찾아온 발작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구급차에 실려서도 사지를 뒤틀어대는 몸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바로 이것이 죽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구급차는 오지 않고 남편에게서는 거의 숨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몸의 모든 기관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 사람을 죽이고자 작정을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구급차 안에서도 계속 되었다.


차라리 가는 게 낫겠어! 하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차마 내뱉지 못했다. 그러면 정말 내가 보는 앞에서 죽어버릴 것 같아서. 다행히 늦지 않게 응급실에 도착해 응급 처치 후 호흡이 돌아왔고, 입 안으로 관을 삽입해 호흡기를 달고 인공기계에 의존해 오늘까지 버텨주고 있다.


24일 월요일 특진 의사와 면담을 했다. 의사말로는 의식 회복은 어려울 거라고 했는데 저녁 면회 때 보니 나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어줘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의사의 말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왔다. 그런데 화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사람을 알아보는가 했더니 그날 저녁에는 사람이 축 처져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늘 오전 면회 때는 사람이 더 처져 보였다. 아예 눈조차 떠 보지 않았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몹시 불안해졌다. 처진 남편의 모습을 보고 나오니 하루 내내 우울했다.(2011년 1월 26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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