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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Apr 14. 2024

아르헨티나에서만 주짓수를 하지 못 했던 이유

10개국을 방문하였고, 그중 당일치기인 파라과이를 제외하면 9개국에 최소 7일, 길게는 6개월씩 한 국가에 머물렀다. 짧게 머무는 동안에도 항상 주짓수 체육관을 찾았고, 며칠이라도 운동하러 나갔다. 하지만 8일간 여행했던 아르헨티나에서는 체육관에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도착하기 전, 볼리비아에서 먹었던 무언가가 잘못되었는지 극심한 배탈이 났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그 이후로 아르헨티나 도착하고, 브라질로 이동할 때까지 약 열흘간 컨디션이 좋지 못한 채로 돌아다녔다. 보통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운동을 하러 나가는 편인데, 심한 배탈이라 혹여 운동하다가 큰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어 감히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코차밤바 터미널 주변 수박을 팔고 계시는 아주머니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인 비야손까지 약 16시간의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에 미리 지사제를 한 알 복용했다. 장거리 버스의 경우 화장실이 내부에 있지만, 대부분 상상하고 싶지 않은 환경이어서 급하지 않은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과일을 잘라서 파는 노점상이 많았다. 주변 상태를 보니, 도로 한복판이라 매연이 가득할 것 같았다. 속은 울렁거려 물도 못 마시고, 새벽부터 비워내서 굉장히 배고픈 상태였다. 하지만 수박을 보니 위생상의 위험을 감안하고도 먹고 싶었다. 고심 끝에 아주머니께 다가가 가격을 물어보았다.


페티 :¿Cuánto cuesta?(가격이 얼마예요?)

아주머니 : 2 boles (한화 약 400원)


400원짜리 수박치고는 꽤나 컸다.

 빈 속에 먹는 수박은 정말 달고 맛있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는 16시간 동안 별일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만난 관장님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체육관도 추천해 주셨는데 아쉽게도 가볼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에서 머무는 동안에서 여러 투어를 다니고, 관광을 했지만, 상태가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정말 억지로 꾸역꾸역 다녔던 기억이 있다.


 평소에도 장이 약해서 조금만 상하거나 문제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면 바로 문제가 오는 비루한 몸뚱이다. 그래서 특히 남미여행을 하며 음식을 굉장히 조심히 가려서 먹었다. 하지만 길거리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한 두 번 시도해 보고 괜찮아서 속으로 '장이 튼튼해졌나' 생각이 들 때 즈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장 트러블 이슈는 남미 여행을 하며 꽤나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아마 이때가 가장 오래되고 꽤나 심각했었다. 한국에서 배탈이 심하면 병원이라도 가겠지만, 이곳에서는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꽤나 도전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챙겨 온 비상약으로 버티며 여행을 이어나갔는데 다행히도 열흘정도 고생하니 컨디션을 다시 되찾았다.


 이러한 이유로 아르헨티나에서만 운동을 하지 못한 것이 꽤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렇게 추천을 받아 다음 여행지의 체육관을 찾아가는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꽤나 흥미롭다. 또한 그들이 내게 정말 좋은 친구이자 나의 주짓수 여행에 큰 조력자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여행하기에 좋은 몸이라면, 기안 84님처럼 인도의 갠지스강 물을 마셔도 탈이 없는 그런 튼튼함은 조금 위생이 부족한 곳을 여행할 때 더할 나위 없이 최적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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