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도착하기 전, 볼리비아에서 먹었던 무언가가 잘못되었는지 극심한 배탈이 났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그 이후로 아르헨티나 도착하고, 브라질로 이동할 때까지 약 열흘간 컨디션이 좋지 못한 채로 돌아다녔다. 보통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운동을 하러 나가는 편인데, 심한 배탈이라 혹여 운동하다가 큰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어 감히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인 비야손까지 약 16시간의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에 미리 지사제를 한 알 복용했다. 장거리 버스의 경우 화장실이 내부에 있지만, 대부분 상상하고 싶지 않은 환경이어서 급하지 않은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과일을 잘라서 파는 노점상이 많았다. 주변 상태를 보니, 도로 한복판이라 매연이 가득할 것 같았다. 속은 울렁거려 물도 못 마시고, 새벽부터 비워내서 굉장히 배고픈 상태였다. 하지만 수박을 보니 위생상의 위험을 감안하고도 먹고 싶었다. 고심 끝에 아주머니께 다가가 가격을 물어보았다.
장 트러블 이슈는 남미 여행을 하며 꽤나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아마 이때가 가장 오래되고 꽤나 심각했었다. 한국에서 배탈이 심하면 병원이라도 가겠지만, 이곳에서는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꽤나 도전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챙겨 온 비상약으로 버티며 여행을 이어나갔는데 다행히도 열흘정도 고생하니 컨디션을 다시 되찾았다.
이러한 이유로 아르헨티나에서만 운동을 하지 못한 것이 꽤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렇게 추천을 받아 다음 여행지의 체육관을 찾아가는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꽤나 흥미롭다. 또한 그들이 내게 정말 좋은 친구이자 나의 주짓수 여행에 큰 조력자가 되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