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간 이렇게 주짓수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꼈다. 이번 여행으로 인생이 180도 변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걸 깨달은 것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하면 행복한지는 알 것 같았다.
주짓수 도복은 굉장히 무겁고 부피를 많이 차지한다. 28인치 캐리어에 주짓수 용품이 거의 1/3을 꿰차고 있고, 1년간 가지고 다녔던 물건은 28인치 캐리어와 배낭 하나가 전부였다. 고로, 물건은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 여행지를 찾을 때, 가장 먼저 검색해 보는 것은 가고자 하는 곳의 체육관 유무이다. 대도시에는 주짓수 도장이 많은 편이지만 작은 도시에 가면 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주짓수 도장 근처에 숙소를 찾는 일도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 저녁에 운동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치안이 불안한 중남미 상황을 고려하면 깜깜한 밤 9, 10시에 혼자 숙소로 돌아가는 일은 정말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최대한 체육관과 가까운 숙소를 알아보았다. 그렇게 내 여행은 주짓수에 초점을 두고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 행복은 그저 주짓수를 매일 할 수 있고, 체육관에서 만난 현지인 친구들과 주말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총 11개의 체육관을 돌아다니며 재미난 일들도 많았고, 글로서는 다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도 참 많아서 아쉽기도 하다.
여행을 하며 늘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늘 버스를 탈 때면 불편하게 가방을 끌어안고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이동했고, 늘 긴장했다.호의적으로 먼저 다가오는 현지인들을 경계했고, 날이 어두워지면 서둘러 숙소로 들어가기 바빴다. 게다가 종종 들려오는 불안정한 치안과 각종 정치적인 문제로 인한 시위 등은 여행자로 하여금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한 운동하다가 다쳤을 때에는 병원에서 정확한 의사소통이 되지 못하고, 느린 일처리에 답답하기도 했다. 증상을 설명할 때는 '무릎이 시큰거리다'던가, '쑤시다'는 등의 느낌을 스페인어로 소통할 수 없어 많이 아쉽기도 했다.
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파나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까지. 약 1년짜리 무계획 즉흥 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금방 다시 떠날 날을 기약하며 현실을 살고 있다. 지속적으로 글을 쓰며, 다시 떠나기 전까지 어떻게 여행하며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글을 쓰고 있다.
안정되지 않은, 도전하는 삶을 선택한 나지만 늘 언제나 고민 속에 살고 있다. 아마 보통의 사람들과 같지 않을까. 프롤로그에도 적었던 것처럼 나의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이 좁은 대한민국 밖에는 더 큰 세상이 있고,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삶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힘들고 고된 역경이 많겠지만, 나의 이런 소중한 경험을 추억하며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솜씨가 좋지 않아 제대로 표현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그리고 또 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