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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Oct 07. 2024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장편소설 책+ 영화


이 책을 읽기 전 영화를 먼저 봤다.

영화관에 가본 지 얼마나 오래 지났는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오랜만에

영화나 볼 겸 퇴근 후 예매를 했다.

사실 배우 고아성을 좋아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영화는 정말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이 싫은 정도는 아니지만

공감되는 내용도 많았다.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더욱 눈길이 갔다.

책을 원작으로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당연히 최근에 쓰인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발행일은 15년 5월이었다.

9년 전 쓰인 책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와 크게 변함이 없어 보였다.

영화를 재밌게 보고 나니

원작인 책도 궁금했다.

바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책 표지 디자인은 어떤 걸 표현하려고 했을까.. 조금 난해했다.

터틀맨의 부고 소식과 빙고의 가사 마지막,

"이 내 삶이 끝날 그 마지막 순간에 나 웃어 보리라. 나 바라는 대로."
터틀맨은 마지막 순간에 과연 웃으며 눈을 감았을지 궁금하더라. 아니었을 거야. 아마...

P.26


처음 한국을 떠나서도 닭장 같은 쉐어하우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거실에서 살던 이야기도 나온다.


나 또한 콜롬비아에서 6개월을 지내면서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원룸을 구한 적이 없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화장실과 부엌을 쉐어하는 방 한 칸을 구해서 살았다. 당연히 불편했지만 가격차이가 커서 그렇게 단기 임대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 생활이 다 녹록지 않다.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젊은이들, 장기 이주 또는 이민으로 간 사람들이라고 과연 다들 행복할까.


헬조선을 외치지만, 한국을 떠나

도피한들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나 또한 피부가 타는 게 싫어서 바다를 가더라도 해양 스포츠는 거의 즐기지 않는 편이라 공감이 많이 됐다.

바다가 그렇게 재미난 곳인 걸 아직도 모르고 있는 걸까.


계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 지명이와

한국에서 결혼하고 살았다면 어땠을까.


부잣집 인도네시아 출신의 리키의 청혼을

받아줬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그 친구의 종교가 무슬림이고, 관심 없던 무역업을 일해야 하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었겠지만)


자유는 조금 줄어들 수 있겠지만

경제적으로는 풍요롭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나이도 서른을 넘어가는 시기에

어떤 선택을 하든 쉽진 않아 보였다.

하지만 계나는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행복을 찾기 위해서.


그 장면을 보면서 계나는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해외에서 사는 것이

더 낫겠구나 느껴졌다.


그 정도의 실행력이 있다면

한국을 떠나서도 어떻게든 생활력 있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AI가 발달해 나아감에 따라

우리가 현재 공부하고 있는 것들은

10, 20년이 아니라 당장 1, 2년 뒤에

아무짝에 쓸모 없어질 수도 있다.


타일러의 강연에서 들었던 말 중에서도 파일럿이 되고 싶은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은 이미 수년 전에 쓰인 내용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 수업은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이렇게만 들으면 현재 하고 있는 공부가 모두 쓸모 없어질 것 같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한 거고,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정말 중요한 거지. 돈이 안 벌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조금 덜 억울할 거 아냐. 

P. 151


가는 길에 지금 내가 왜 호주로 가는 걸까 생각해 봤어. 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관심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을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라면 더 쉬울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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