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보이지만, 대회를 준비하고 나가는 일이 내게는 살 떨리고 무서운 일이다. 상대 선수가 20대라면 20대여서 무서울 것이고, 고등학생이라면 실력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벌써부터 성인부 시합을 뛸까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그렇지만 잘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고 멋있어하는 선수들처럼 결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일단은 시도해 봤으니까, 조금 더 그럴싸한 말로 '도전'해보았으니까. 아쉬운 결과에 대한 후회는 없다.
아직도 시합 전 날 밤이면 잠을 이루기 어렵다. 이른 저녁부터 잠자리를 준비하고 누워있다가 내일 시합에서 할 게임 플랜을 생각한다. 그리곤 고민에 빠진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하지?', '저렇게 나오면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할까?' 그런 고민들 속에 어느새 주짓수 설명 영상을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보고 있다. ex) 라쏘가드 푸는 방법, 스파이더 가드 뜯는 방법, 백 포지션 탈출 방법 등
오늘 시합에서 지고 왔다. 테이크다운으로 2점을 먼저 얻는 동시 가드 패스를 했다. 패스를 하던 중, 깔려 있는 상대를 압박하다가 기무라를 잡혔고 이내 심판이 시합 중단을 외쳤다. 내 입장에서는 기무라에 걸렸어도 버틸 수 있었고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위에서 압박한다면 금방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더욱이 상대 선수가 끝까지 시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탭을 칠 정도가 아니니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만 분위기 좋았던 시합은 그렇게 끝이 났다.
억울했다. 내가 유연해서가 아니라 그저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고, 충분히 풀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 시합을 중단하냐고 심판에게 물어보니, 블루벨트까지는 탭을 치지 않더라도 위험한 상황에서 심판 재량에 따라 멈출 수 있다고 했다.
분했다. 질 상대가 아닌데 졌다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 따지고 싶었는데 옆에서 보고 계시던 관장님 얼굴이 보였다. "그 상황에서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면 팔이 뒤로 꺾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시합을 마친 직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여기까지가 내 관점이다. 하지만 상대의 관점에서는 그저 기무라로 이긴 게 전부일 터. 탭을 치지 않고 레프리 스탑으로 진 것에 대해 억울했지만 별 수 없다. 심판의 판정과 관장님의 눈이 더 정확했을 테니.
설사 심판의 판정이 공정하지 않았을지언정,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한 내 책임이다. 그건 심판의 탓도 상대의 탓도 아닌 오로지 나에게 있다. 더욱이 심판은 늘 내게 유리한 판정을 내려주지 않는다.
졌다는 사실에 안타깝지만 재시합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그저 오늘 하루는 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그래도 한 번은 직접 부딪혀 보았는 사실은 남았다.
계체를 맞추기 위해 감량했던 약 3주간, 손가락 치료를 위해 꾸준히 한의원에 다니며 고통 속의 손가락에 약침과 침 치료를 받은 것, 거의 매일 체육관에 나와 수업을 빠짐없이 들었던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오늘 시합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알았고, 배우고 고쳐나가면 된다. 시합에 나가는 두려움이 언제쯤 줄어들지 알 수 없지만 계속하다 보면 언젠간 나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