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이전 책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에서 미니멀리스트이자 유튜버이자 작가이신 박건우 님의 책을 찾다가 문득 '낭만'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다. 그리곤 비낭만적 밥벌이라는 책 제목을 발견했다.
낭만적인 밥벌이가 존재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런 훌륭하신 분들은 너와 내가 아닌 소수, 존재할 것만 같았다.
지속 가능한 밥벌이를 찾아 헤매는 89년생 N잡러 김경희
매력적이었다. 이 카피 문구가.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속 가능한 밥벌이, 월급쟁이를 하든 사업을 하든 중요한 밥벌이.
문득 우석훈 경제학자의 88만 원 세대와 1인분 인생이라는 책도 떠올랐다. (아 물론 끝까지 다 읽어보진 못했다.) 가정을 책임지는 일은 못하더라도 무릇 으른이라면 1인분은 하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평생 지속 가능한 밥법이를 찾는다면 그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인스타그램과 오키로북스를 찾아보니 아마도 이미 찾으신 게 아닐까 했다. 전업 작가, 강사, 북토크 진행자, 온오프라인 서점 등.
21년도 출간된 책이지만 이런 저자 소개가 참 트렌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긴 글을 다 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 어쩌면 3줄 이상의 문장만 봐도 읽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깔끔한 소개, 멋있다. 직장인이라는 소개보다 급여 노동자라는 단어의 선택도 굉장히 신선하다. '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진짜진짜최종확인3'까지 하고 싶지만 더는 보기 싫었다. 한 번 더 원고를 봤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한글 창을 끄고 인터넷 창을 열어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공감되는 글이었다. 마감에 쫓겨 수정한 원고 메일을 보낼 때면 늘 자신이 없었다. 수정할 부분이 계속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가님처럼 그런 메일을 쓸 용기는 없었다. 20번은 더 읽어본 원고를 마주하고 내가 썼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아마 조금은 문장이나 단어 선택의 퀄리티가 더 좋아졌겠지. 하지만 첫 책이니만큼 쉽게 만족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도, 결국 무서워 떠나지 못하고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이 노래를 매년 듣고 있지만 막상 떠나거나 새로운 삶을 시도해 본 적은 없다. 다시 시작하는 건 쉽지 않다. 겁이 많아진 걸까, 아니면 지금의 일상이 내려놓을 수 없는 달콤함을 가진 걸까?
종종 하는 생각이 있다. '죽기밖에 더 하겠나' 하고 말이다. 어떠한 선택을 하든, 다시 시작하든 최악의 결과는 아무리 나빠야 죽는 것 이상이 될 수 없다. 조금 덜 최악이라면 경제적으로 많이 궁핍한 정도(?) 그래봐야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나.
이른 아침, 도서관이 열리는 시간에 방문하면 흰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분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두 명이 아닐뿐더러 그들 옆에 앉아있으면 나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으면 유머가 있는 사람 곁으로 가고,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부자를 가까이하면 된다고.
서울에 대책 없이 올라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하면 어떻게 대충 살 수 있을까. 더 고군분투하며 그들과 닮아가려고 노력할 테지.
제목은 비낭만적 밥벌이지만, 내가 보기에 김경희 작가님은 일부 낭만적인 부분이 보여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멋있다. 멋있는 사람들을 가까이하고 싶다. 나도 그러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