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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Dec 16. 2024

팀장! 회사에서 말 못 할 그들의 속 사정

드디어 권력에 오르기 시작하는 딱 요맘때!


손안에 다 들어올 것만 같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몇 년 걸렸는지 모르겠다. 까라는 대로 깠다. 이제 일 같은 건 알아서 하는 거다. 주변에서 봐도 업무에 확실한 안정감이 자리매김한 듯 보인다. 위에서 찾는 비중이 높아진다. 후임들에게 업무도 제법 잘 가르친다. 이 정도 되는 시기. 관리에 입문하게 된다. 팀장이 되는 순간!


여보! 나 팀장 됐어! 하하하!


단순히 직급 승진과는 다르다. 공식적인 권한이 생긴다. 처음으로 부서의 인사권과 재정권을 갖게 된다. 이제 회사가 나의 존재를 알아주는구나. 충성도가 +20 상승한다. 애사심은 계속될 것만 같다.


새로 팀장이 되면 윗선에 존재감이 각인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축하 인사도 많이 온다. 거래처들은 서로 인사하러 오겠다며 머리를 숙이고 들어온다. 사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인사를 받는 것은 늘 기분 좋은 것이다.


윗사람들의 회동이나 모임에도 참석하라고 한다. 같이 노는 사람들이 주변 팀장들로 바뀌어 간다.

'아 내가 올라오긴 했나 보구나. 선을 좀 잘 그어놔야지. 이제 아랫것들이랑도 좀 거리를 둬야겠어.'

사회적 지위와 입지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아.. 이제 옷차림도 좀 신경 써야지. 잘 나간다는 건 이런 거다.


지나가다 보이는 50대 선배 팀장들. 한심하다. 팀장 된 지가 언젠데 한직에서 저러고 있는 것인지.. 팀장이 되면 보인다. 저들에게 주는 인건비가 아깝다는 거. 같은 팀장이어도 입지가 이미 다르다. 저들은 지는 해. 끝물들.. 신임 팀장은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 아니겠는가?


먼저 인사를 받는 건 늘 좋다!


팀장이 되면 팀원들의 업무 파악을 한다. 목표와 성과 관리를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개꿀은 시킬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어떠했는가? 협조를 구하고 설득하고 부탁해야 하던 처지 아니었던가? 이제 팀 안에서 막 시켜도 된다. 이 구역의 왕은 나니까. 그치? 맞지? 근데 시켜본 적이 없어 좀 어색하긴 하다. 하던 건 또 직접해야 직성이 풀린다.


팀장이 된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처음 1년은 실무를 내려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중앙 집중형으로 다 잡으려 한다. 그러나 서서히 업무지시를 내려보고 시켜보면 몸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실무에서 멀어져 간다.


딱히 업무지시의 편함이 아니어도 서서히 주 업무가 회의를 위한 회의와 보고를 위한 보고로 바뀌어 간다. 앉아서 뭘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 단, 팀원들 보기에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할 뿐이다.


"내가 다 할 꺼야!" 초임 팀장은 일을 다 혼자 한다.


여기저기 인사치레 받고 팀 업무 파악 좀 하고 나면 3개월 정도 지난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초임 팀장 테스트가 시작된다. 위에서 새로운 오더가 떨어진다. 꽁꽁 묵혀있던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타 부서와 협업 추진거리들이 생겨난다. 팀원들은 여러 고충들을 호소해 온다. 머리가 어지럽다. 가만 앉아있어도 질끈 질끈 거릴 때가 많다. 두통을 달고 산다. 바람 좀 쐬고 오려고 나가는 길이면, 꼭 담당 임원은 이때 찾는다. 빨리 와 보라며.. (가보면 그닥 중요한 일도 아니다.)


팀원들은 서로 이거 내 일 아니라며 와서 정해달라고 한다. 애들도 아니고 이런 건 좀 알아서들 정하면 싶다. 관리자 리더십 교육 때 직원들의 역량에 따라서 적합한 업무를 부여하라고 배우기는 했지만, 사람인지라 예스맨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편애 안 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사람은 그냥 나한테 잘하면 좋은 거다.


회의에 들어가면 매번 다른 부서 선임 팀장들에게 밀린다.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렇다. 협상력이 너무 약하다. 결국 밀려서 일거리를 한 아름 들고 부서에 온다. 팀원들의 원망 어린 시선. 그것밖에 안되냐며 눈으로 욕하는 모습. 애써 모른 척하며 할 일을 읊기 시작한다.


아이디어 좀 내란 말이야 이것들아!


팀 회의를 하면 아이디어란 나오지 않는다. 다 입꾹닫이다. 저들이 안 내면 결국 팀장이 내야 한다. 쟤들은 입을 닫아도 되지만, 팀장은 입을 닫는 순간 목에 칼이 들어온다. 그래서 뭐라도 쥐어 짜야한다.


이런저런 답답한 상황. 알아서 따라오지 않는 팀원들. 결국 빡이 친다. 쌩난리를 쳐줘야 뭐 하나 간신히 건져낸다. 결국 회의와 관리에만 하루 반나절 넘게 소요된다. 앉아서 정리하거나 차분할 만한 시간이 없다.


아 팀장이란 이런 자리였구나. 새삼 오래된 팀장들이 존경스러워 보인다. 저 꼰대 바보들인지 알았더니.. 지금껏 다 어떻게 버티면서 일 시켜온 걸까?


다른 부서 선임 팀장들에게 일을 떠 밀린다.


모임이나 회동은 늘어난다. 대부분 술이나 골프다. 회사에서도 정신 못 차리겠는데 개인 시간도 없어진다. 팀장들의 세계도 똑같다. 위에 임원들에게 아부 떨고 다른 본부들 까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본부장이 어느 한 팀을 칭찬하기라도 하면 눈이 뒤집힌다. 임원 후보에서 밀려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는데 팀원들 하자는 대로 했다가 본부장에게 깨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팀원이 하염없이 원망스럽다. 나쁜 평가를 주는 건 당연해진다. 점점 팀원을 팔아먹기 시작한다. 혼자 떠 안기에는 억울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팀원들이 좋은 안을 제시해서 잘 되면, 팀장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포장한다. 어차피 팀원들 잘해줘 봤자 내가 더 위인데 그럴 필요 없다. 저들은 언제고 내가 시킬 수 있다. 내 밑이니까.


지금은 임원 마일리지 조금이라도 더 쌓아, 별의 순간을 잡는 게 우선이다. 모든 오피서들의 로망. 선망의 대상. 여기까지 온 마당에서 오피서들의 성공 아이콘. 임원! 그래 해 보자!


제가 밤을 세워서라도 다 해 놓겠습니다! 살펴들 가십쇼!


모임은 많아진다. 늘 술로 얼룩져 있다. 팀원들은 퇴근해도 팀장은 못 간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간다. 집에 얼굴도 못 비치는 날이 많아진다. 괜찮다.


임원만 되면! 하늘의 별을 잡는다면! 내가 별이 된다면! 지금의 모든 고생도 다 보상받을 것이다. 내가 곧 회사라는 마음으로 임하자. 주인의식이란 이런 것이다.


점점 팀원들에게 말 못 할 사연이 많아진다. 팀원들을 알게 모르게 담가버려야 하는 일도 많아진다. 점점 외로워진다. 팀원들도 형식적인 말만 한다. 아무리 봐도 예전 같지가 않다.


너무 많이 돌아온 것일까? 니들은 모를 거다. 팀장의 무게감을. 어차피 주인공은 나다. 너네는 다 조연이잖아. 늘 그랬듯이 지금껏 달려왔다. 성공 하나만을 바라본 채. 조금만 더 하면 된다. 조금만 더! 팀장의 버프는 이렇게 스스로 쥐어 짜낸다.


야근이 더욱 많아진다.


점점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사라져 간다. 그 가운데 정작 자신마저도 사라져 가고 있다는 건 모른다. 그리고 결국 대부분 임원이 되지 못한다. 도중에 면팀이 되어 버리거나 배터리가 방전되어 한직으로 밀려난다.


그렇다. 팀장을 시켜준다는 것은 기회를 줬다기보다는 처음부터 그 용도였던 것이다. 물론 처음 용도 이외의 것을 발견하거나 구세주를 만난다면, 이후 스토리 전개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다.


팀장으로 오랜 시간 계속 간다는 것은 별의 기회가 열리지 않음을 뜻한다. 보통 그런 자리는 한직이다. 요직은 끊임없이 테스트받고 끊임없이 교체된다. 초임 팀장에 보임되고도 1~2년 안에 면팀되는 경우도 있다.


회사는 조직개편, 팀 재구성 같은 이유, 또는 다른 핵심 자리에 필요해서라는 여러 이유를 댈 것이다. 다 거짓말이다. 진실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 현상은 좌천이다. 수년간 팀장을 하던 자가 면팀이 되는 건, 그 위에 임원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다.


좌천되었던 현자의 등장! '아.. 내 자리!' 별의 순간이 날아간다.


면팀이 되면 주변의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내 자리를 꿰찬 팀장 밑에서 일하기가 너무 껄끄럽고 쪽팔린다. 다시 실무자가 되었지만, 그동안 한 짓이 있어서일까? 업무 도움 좀 받자니 팀원들이 모두 쌩을 깐다.


팀장을 하며 손 놓아 떨어진 실무감 탓에 일 못하는 꼰대로 전락해 있다. 예산도 마음대로 못 쓴다. 시킬 사람도 없다. 다시 여러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좋다고 남발하며 사용해 오던 많은 스킬을 잃어버린다. 결재, 지시, 평가, 사자후, 예산, 법카, 수당, 회식, 권력.. 결국 레벨은 곤두박질치며 이런저런 디버프 효과가 겹친다. 그러다 스스로 참지 못하고 자폭하듯 오피스 게임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다.


팀장에 올려줬다는 것은 인정받았다는 게 아니다. 팀장이 되었다는 것은 절벽 앞에 선 입장,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이다.


팀장에 이르러서는 앞만 보고, 위를 올려다보면 넘어지게 되어 있다. 팀장에 올라갈 때는 지위가 상승했다고 생각하면 곧 낭패에 직면한다.


산에 오르듯 항상 내려올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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