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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한 마시멜로우 Aug 28. 2024

잃어버린 쌍꺼풀을 찾아드립니다

                                                   사진: 다음 이미지

                           (못난이 3형제: 녹색 cry eye,  주황 angry eye, 노랑 smile eye)


내 얼굴 중 가장 자신 있는 곳이라면 단연 눈(eye)이다.

적당한 크기의 쌍꺼풀과 알맞게 감기는 눈웃음이 나름 매력적이다.

울 신랑도 그나마 눈이 젤 낫다고 말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예쁜 쌍꺼풀이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하더니 윗 눈두덩이가 반쯤 눈을 덮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력과 노화(?) 때문인지 눈가 주름부터 윗 눈두덩이 지방과 심술보처럼 두툼해진 아랫눈 지방도 장난 아니다.

얼굴이 유독 피곤해 보이고 이마로 눈을 뜨다 보니 이마주름까지 생겨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것 같아 속상했다.

더구나 처진 눈가에 눈곱과 눈물까지 고이면 빨갛게 짓무르고 속눈썹이 눈을 찔러 여러 번 안과 신세를 져야 했다.


나이가 드니 (저보다 나이 많은 구독자 분들 죄송합니다 ㅎ) 이만 저만 불편하고 몬 빠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뭘 먹어도 반은 먹고 반은 흘린다.

에는 뭘 그렇게 묻히고, 달고, 풀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부딪쳐 나도 모르는 새 보랏빛 멍이 들어 있기 일쑤~

자고 일어나면 얼굴에 박힌 베갯자국이 오래도록 사라지지도 않는다.

또 뭐가 있더라????......,


바야흐로 코로나가 막 창궐하던 때였다.

50이 한참 넘어서니 주변에서 하나 둘 얼굴 보수에 들어간다는 흉흉한 소문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생님들 몇은 방학맞이 대보수공사를 시작한다는 말도 귀가 쫑긋 관심이 갔다.  

보톡스와 필러는 기본,  레이저, 태반주사, 쁘띠, 쌍꺼풀 수술 등, 너무 많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나 역시 처진 눈 때문에 신경이 쓰여 나와 유전자가 젤 비슷한 큰언니와 동네 성형외과를 방문했다.

나이 지긋한 동네 의사 선생님은 언니와 내 눈을 번갈아 살펴보시더니,


"아~ 두 분은 원래 쌍꺼풀이 있는 눈인데,, 지금은 네요?

이런 경우는,,,, 에~~ 또~~ 그러니까~ 잃어버린 쌍꺼풀을 다시 찾아드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안검 수술'이라고 들어보셨죠?"


(*상안검 수술: 늘어지고 처진 윗눈꺼풀, 눈 주위 지방이 튀어나와 보이는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로, 눈의 자연스러운 주름선을 따라 절개선을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피부와 근육, 자방을 제거하는 수술. 미용뿐 아니라 기능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음)


의사 선생님은 상안검 수술에 대해 주로 장점 위주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절개부위가 적고 흉터가 크게 남지 않는다는 점, 수술 시간이 짧다는 점, 일상회복이 빠르며 무엇보다 본인의 눈처럼 자연스러운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때마침 외부활동에 제한이 있는 코로나 시기라 그야말로 최적기라는 말도 덧붙여 말했다.

귀가 얇은 우리 자매는 두 번 고민도 없이 바로 그날 수술날짜를 잡고 병원을 나왔다.


드디어 상안검 수술을 했다.

부분마취를 하고 자르고 긁어내고 꿰 메고,,, 수술이 잘 끝났다.

난 미리 준비한 선글라스와 마스크, 모자를 착용하고 연예인놀이처럼 비밀스럽게 집으로 귀가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부기만 빠지길 기다리면 되는 일,  젊고 예뻤던 왕년의 눈을 생각하니 자다가도 피식 웃음이 났다.


거즈를 풀고 하루 지나 몇 주, 몇 달이 지나니 퉁퉁 부은 부기도 서서히 빠져나가는 듯했다.

이제 잃어버린 쌍꺼풀도 되찾고 예쁜 내 눈도 다시 되돌아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밖의 결과가 나올 줄이야~

잃어버린 쌍꺼풀을 되찾은 것까진 좋은데, 뒷꼬리가 너무 올라가 사납고 화난 눈이 거울 속에 비쳤다.

동네 의사 x이 너무 위로 잡아 올려 꿰매는 바람에 올라간 눈꼬리가, 1년이 가고 2년이 가도 도무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 예쁜 smile eye가 주황색 angry eye가  되어 버린 것이다.(못난이 3형제 윗 사진 참조!)

특히 웃을 땐 더 심각했다.

웃을 때마다 눈꼬리가 더 올라가 그야말로 사면초과, 대략 난감, 설상가상이었다.


울 신랑은 내 이런 눈을 보고 자다가도 경기를 일으켰다.

그렇게 내 웃는 모습이 이쁘다 했던 사람이 이제는 아예 웃지도 못하게 했다.

그 순하고 착해 보인 눈은 어디로 갔냐며 이건 거의 의료사고에 가깝다며 길길이 뛰었다.


울 언니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메이드 인 같은 의사였으니 결과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터, 우린 서로의 눈을 보며 깊은 한숨에 여러 해를 보냈다.

어쩐지 싯가보다 저렴하더라니,, 오래된 동네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었는데,,  1+1로 해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가지고 서리,, 다른 병원에 가서 좀 더 상담 받고 신중하게 병원을 골랐어야 하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죽은 자식 xx 만지는 격이었다.


유일하게 울 딸내미만 날 위로한다며 말했다.


"엄마~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질 거야~ 한번 할 때 이렇게 확실히 올려놓아야 다시 재수술하지 않는다잖아~ 너무 순해 보이는 눈보다 나는 지금 이 눈이 더 젊어 보이고 좋다~"

(딸아~ 너밖에 없다~ㅠㅠ)


상안검 수술 후 4년이 흘렀다

딸내미 말처럼 이제는 많이 내려앉았고 서서히 옛 미모를 찾아가고는 있으나 여전히 거울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하지만 혹시 누군가 그런 일을 겪고도 또 얼굴에 손댈 생각이 있느냐 묻는다면 난 1초의 망설임 없이 '당근이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난 죽을 때까지 젊고 예쁜 여자이고 싶으니까~


덧.

울 신랑 사업의 주 고객이 중년 여성이다.

종종 쌍꺼풀이나 상한검 같은 시술을 한 여성분을 만날 때가 있다.

한 번은, 고객분이 아직 눈 수술자국이 남아 있는 채로 상담을 하는데 그분이 부끄러운지 자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한다.


"오매 어쩌까요잉... 제가 눈을 좀 해가지고요... 쫌 이상한가요 사장님?"


"아이고 아닙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잘 된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제 와이프도 몇 년 전에 눈 수술을 했는데 눈이 얼마나 올라가 버렸는지 말도 못 합니다.

근데 사모님은 아주 예쁘게 잘되신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허허허~"


"어머나 호호호~~ 그래요? 고마워요. 호호호~

그렇다고 사장님 ~~ 사모님에게 너무 뭐라 그러지는 마세요. 무조건 예쁘다고 하셔야 해요. 호호호~~"


그분의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그날 울 신랑은 아주 큰 계약을 무난히 잘 마쳤다 한다.


"살다 보니 자기 눈 덕을 다 보네 그려~ 그러고 보니 그 수술이 다 나쁜 것도 아니었나 봐~ㅎ"


"그래라 그래~ 내 눈을 팔아서 계약만 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ok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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