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사람의 향기를 맡았다. 주변을 나도 모르게 둘러보게 되었다.
그 사람이 문득 떠올랐다.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느낌이 들었다.
8개월 전 3년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이유는 몰랐다. 이유가 없는 이별은 없지만 그 이유는 남자친구만 알고 있다. 헤어지는 이유를 남자친구가 말해주지 않았다. 뜸한 연락을 이어오다가 내가 피해자인 것도 알고 그동안 예쁜 너에게 예쁘다는 말 많이 못해주고 자기만 생각해서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갑작스럽게 헤어졌다.
헤어지고 나서는 더 바쁘게 살았다. 일부러 잊기 위해 바쁘게 살려고 했던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쯤 운동과 알바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참이어서 자연스럽게 바쁘게 되었다. 헤어졌을 당시에는 내가 뭘 잘못한건지 계속 곰씹으며 이런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자책만 하게 되었다. 하지만 바쁘게 지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해하기를 그만두자고, 생각하게 될수록 나만 좀먹는 것이라고.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원래 주말에는 항상 남자친구를 만나러 서울로 올라가곤 했었다. 그러다보니 헤어지고 나서는 주말에 뭘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생각이 많았다. 결국 내 방식대로 내가 할 일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 주말은 아침에 필라테스나 발레를 하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고, 혼자서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오고, 본가에 가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몇 개월이 금방금방 지나가더라.
바쁘게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남자친구는 잊혀지게 되었다. 헤어지고 나니 몰랐던 나를 잘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며 더 성장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남자친구를 만났던 주말에는 좋아하던 책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책을 더 많이 읽다보니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글을 쓰게 되었으며, 시간날 때 발레와 필라테스를 하면서 운동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저녁시간보다 아침의 고요한 사색을 즐기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헤어지고 난 바로 직후는 너무 억울하고 생각도 많이 나고 화가 났었지만,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은 어쩌다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나는 잘 살고 있으니 그 날의 헤어짐이 후회없도록 당신도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3년동안 잊지 못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꼭 전해주고 싶다.
물론 헤어진지 몇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잊혀졌지만 어쩔 수 없이 아직도 문득 그 사람이 떠오르고는 한다. 그 사람이 항상 뿌렸던 향수의 잔향을 기억하고 있는데 오늘처럼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서 그 향을 맡게 되면 흠칫하며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슬프지도 않으며 화가 나지도 않는다. 그때의 우리는 참 행복했었으니까. 그 향기는 나와 함께 걷거나 나를 꼭 안아주었을 때 풍겼던 향기였으니까. 좋은 추억만 가슴에 남기기로 한다. 오늘처럼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이런 이상한 기분이 들 때, 이제는 불행해진 듯 가슴 아픈 기억은 버리고 행복했던 그때의 향기만 간직하기로 한다.
영원한 사람도, 영원한 사랑도 없다. 헤어짐의 이면은 또 다른 인연을 의미한다. 그러니, 앞으로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나가고 행복한 추억을 더 쌓을 수 있는 미래의 나에게 기대와 축복의 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