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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라는별 Dec 14. 2023

나의 피눈물 방송작가 연대기 #5

일의 기쁨과 슬픔

그래도 일을 하면서 즐거웠던 일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밥’이었다.


회사가 홍대입구역에 있었던 만큼,

근처에 맛집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중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삼청당’이라는 분식집이었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감칠맛이 나는 그곳의 차돌떡볶이를 먹을 때면

잠시나마 ‘여기서 일하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전방 지역인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군에게는 호텔 식당 뺨치는

만찬이 제공된다고 했던가?


그러나 그 음식을 먹겠다고

이라크에서 근무하겠다며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것처럼,

점심시간에 누리는 작은 호사에도

회사 생활은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같이 일하는 막내들 때문이었다.


우선, 그 회사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나를 제외한 막내 3명 모두 담배를 피웠는데,

담배 냄새 가득한 테라스를 지날 때마다

그들에게서 마음이 묘하게 멀어지곤 했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한 사람은 J였다. 그는 첫인상에 ‘비해서는’ 유순한 성격이라 그를 특별히 안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가 자기 입으로 문예창작과를 나온

(즉, 나 같은) 사람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제일 먼저 들어온 신입이었던 그는

윗선에서 모종의 총애(?)를 받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순진한 애 구슬려서 일 더 시키려는 거야.’

라고 현명하게 말씀하셨다.

실제로, 출연자 정산을 그가 도맡아 했다.)

그 때문에 어깨가 올라간 탓인지

나머지 막내들을 은근히 아랫사람 대하듯이 했다.


나보다 두 살이 어렸던 S는 그를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그녀 역시 문예창작과 출신이었다.)

어느 날, 위태위태하던 그들 사이에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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