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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마다 다른 꿈을 펼친다

by 근아

며칠 전 글에서 나는, 브런치 글을 쓰기 위해 하루에 단 2시간만 허락한다고 말했다. 이는 초집중을 위한 나만의 방식으로, 어느덧 1년 넘게 이어온 습관이다. 계기는 한 작가의 인터뷰였다. 그는 “항상 같은 시간에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고, 나도 글쓰기에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시간이 바로 한국 시간으로 새벽 5시, 브런치글 발행 직전의 2시간.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정신이 맑은 그 시간이었다. 호주시간으로는 새벽 4시부터 6시.


또한 어린 시절, 2시간이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요즘 다니고 있는 아트 클래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2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하는 사람인지, 그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지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몰입의 깊이가 달라지고, 결과물의 밀도 역시 훨씬 높아진다. 그래서인지 2시간은 나에게 나 자신과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습관은 글쓰기뿐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어쩌면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효율적인 시간 활용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해야 할 일이 많거나 여러 가지를 동시에 처리해야 할 때일수록, ‘딱 2시간만 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 시간에 경계를 두는 것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주고, 일이 나를 미리 압도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나를 지켜주는 방법이 되었다. 가끔은 그 2시간이 5~6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하지만, 시작은 언제나 ‘딱 2시간’이다.


그 2시간 동안은 온전히 작업에 몰입하며 신나게 놀 듯 즐기고, 무아지경에 빠진다.


내가 이 마인드셋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일을 병행하면서도 각 작업에 더욱 깊이 몰입하기 위해서였다. 2시간의 작업이 끝나면, 그전의 일은 잠시 마음에서 내려놓는다. 그렇게 해야 다음 작업에서도 신선한 에너지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 습관은 작업들 간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마음과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준이자 균형의 중심이 되어주었다.


하루에 딱 2시간만. 그 2시간은 미래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온전히 내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마음속에 품은 여러 꿈들을 하나씩 펼쳐내는 시간이다. 디자인을 하는 북디자이너로서, 그림책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글을 쓰는 에세이 작가로서, 나는 나의 꿈을 품고 그 2시간을 채워나가고 있다. 매일 쌓아 올리는 이 작은 집중들이 모여, 결국에는 '현재의 나'라는 존재가 꿈꾸는 미래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는 ‘딱 2시간’이라는 시간 안에서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마주한다.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지만, 그 안에 무엇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존재의 깊이가 달라진다. 이 2시간은 나에게 ‘존재의 공간’으로 변환되며, 꿈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상향이 아니라, 현재 내가 ‘실존’하는 방식의 일부가 된다.


꿈은 막연하게 갖는 목표가 아니라, 나의 존재가 스스로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며, 매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행위다. 하루의 짧은 시간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이루고, 이 세계 속에 내 자리를 새겨간다. 시간에 경계를 긋고 집중하는 이 작은 의식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시간 관리’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나 자신과 맺는 약속’이 된다.





donald-wu-mRGtYItJRnA-unsplash.jpg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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