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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스무살 Feb 03. 2024

결혼정보회사 취업 후기

50대의 재취업

2015년에 방영한 두 번째 스무 살이라는 최지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크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당시 방영이 끝난 후에 좀 지나서 보았는데 최지우가 극에서 40이 된 나이에 대학교를 진학하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더 늦기 전에 도전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가을, 결혼정보회사에서 신문에 직원 구한다는 공고를 낸 것을 보았습니다.  


평소 제가 주변인들 인생상담을 좀 해주다 보니 공고를 보았을 때 제가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기도 하고 당시 호주에 유학 보낸 아들 생활비에 자금이 좀 필요했습니다.


운이 좋게 한 번에 합격을 한 기쁨에도 불구하고 결혼 정보회사에서의 근무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먼저 들어온 선배들이 나의 실적을 빼돌려서 화장실에서 속상해서 남몰래 울었고 그동안 그나마 편안했던 가정 속에서 생활하는 것도 불평불만을 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편이 이렇게 험난한 직장생활을 하였구나 하면서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을 더 가졌습니다.

 직장생활에 적응하며 작은 성취들을 하다 보니 취업을 더 빨리 했더라면 돈을 더 절약하고 계획성 있게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더 살았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엄청난 치열함에 매일고단하고 힘들었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일에 대한 결과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기억에 오래 남는 에피소드들 10가지


저는 회사에서 전문직과 사무관 명문대를 담당하여 미팅과 결혼까지 성사시키는 일을 했습니다.


첫 번째 :딸 가진 어머니랑 상담을 했는데 딸이 의사 부부였는데 종교단체에서 만나 결혼했고 사위가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켜준다고 해서 더 신뢰가 갔는데 신혼여행에서 불구임을 알아서 깨진 케이스라 혼전 순결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하였습니다.


두 번째: 친정집이 부자라 딸이 직업이 없어도 인터넷 만남에서 전문직 남자를 만나 임신해서 결혼했는데 그날만 약 먹고 관계를 한 것이고 사실 성불구라서 이혼한 상태.

결혼 전에 솔직히 자신의 결함을 고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세 번째: 남녀 회원의 집이 가까이 사는 데다가 같은 학교출신이어서 매칭을 해줬는데 서로 결혼의사까지 비춘 상태였습니다. 어느 날 여자 회원 아버지가 동네분과 싸움을 크게 하는 것을 신랑집에서 보고 둘의 결혼을 반대를 하였는데 신랑 될 사람이 그래도 본인 감정이 중요하다고 하며 끝까지 결혼을 진행했는데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결정을 당사자들이 했고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네 번째: 서울대를 졸업한 훤칠하고 잘생긴 공기업 남자회원이 교사인 어머니랑 같이 방문해 상담을 하고 미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상대 여자회원이 화가 잔뜩 나서 남자 카톡 프로필 좀 보라고 해서 보니 다른 여자랑 찍은 사진이 있어 황당했습니다. 놀라 영문을 물어보니 원래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엄마가 여자친구 직업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결혼정보회사에 왔다고 하는데 분명히 처음 상담을 했을 때 본인과 엄마가 합창을 하며 약사랑 소개팅해달라고 했던 기억이나 씁쓸했습니다.


다섯 번째: 남자 정형외과 의사랑  부모님이 웨딩홀을 운영하는 여자회원 소개팅에 들어갔는데 남자 쪽 어머니가 아들이 여자분을 마음에 들어 한다며 결혼을 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아파트와 금액을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봐서 10억 정도 해준다니까 만족스럽지 않은 금액이었는지 어렵겠다며 깨진 케이스


여섯 번째: 엄청난 재력을 가진 집안의 딸과 검사하고 선을 봐서 검사가 좋다고 해서 잘되겠다 생각했는데 여자회원이 그 검사 회원이 예리해 보이고 정이안 간다고 해서 인물이 더 좋은 사람으로 변호사만 계속 보였는데 남자 쪽에서 다 싫다 해서 그 여자분은 오랫동안 첫 번째 검사남자를 놓친 것을 후회했습니다.


일곱 번째: 사십 대 후반 남자 치과의사가 있어 본인과 누나랑 상담하며 여자교수 회원이랑 교재를 하게 됐는데 연애가 진행되고 결혼 말이 오고 가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남자 쪽 집안에서 처음에는 없던 무리한 돈을 요구를 해서 여자 쪽 엄마가 너무 속상해하셨고 남자가 본인은 집도 있고 병원도 있는 내가 나이 많은 여자교수를 만날 때는 큰 지참금을 원한게 아니면 젊은애들 만나지 않았겠냐고 해서 황당했습니다. 처음에 어떤 사람을 원하냐고 물을 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나이가 40세이지만 미모도 있고 직업도 수준에 맞춰 들어간 건데..

처음부터 솔직하게 본인이 원하는 걸 말했더라면 시간낭비도 없었고 여자회원분이 정신적으로 고통스럽지 않았을 텐데 그 여자교수에게 남자의 누나가 직접 전화해서 지참금을 말해서 당황했다고 어련히 결혼할 때  챙길 텐데 맨몸으로 가겠냐고 그런 취급받으면서 안 하고 싶다며 힘들어했던 경우.


여덟 번째: 의사아버지께서 연락이 왔는데 아들스펙을 말하며 아들한테 20억을 주고 본인에게도 집을 사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어이가 없어서 "그런 사람 없어요" 하고 화가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홉 번째: 여의사분이랑 엄청 힘들게 상담했는데 의사커플로 결혼해서 아기도 낳았는데 남편은 여자의사 집안에서 병원을 개업해 주기를 원했는데 여의사가 같이 벌어 개업을 하자고 했더니 남자 혼자 미국으로 떠났고 이혼서류를 보냈다며 울면서 의사남편은  필요 없고 돈 많은 사람 소개 해달라고 해서 충격 먹었던 일.


열 번째: 남자 사무관 회원이었는데 집안에 강남에 건물이 몇 개 있고 약사인 엄마는 꼭 의사나 약사 며느리를 보고 싶다는 희망을 말씀하셨습니다. 여자 회원분들을 찾아보다가 의사, 약사 몇 분 그리고 한 사람만 학원강사 프로필을 보냈는데 학원강사인 분이랑 두 분이 같은 외고 출신이라 대화가 통했다고 그 사람이랑 결혼한다고 해서 남자 쪽 부모가 반대해도 결혼을 진행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신랑어머니는 화가 나있고 신부어머니는 신이 난 광경을 보았습니다


전문직들은 공부하는 과정도 길고 부모님들도 서포트해 주시느라 기대치가 크고 힘든 과정과 오랜 세월등이 있어 이해가 되지만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걱정이 됩니다.


집이 있거나 건물이 있으면 미팅이 더 쉽고 나이가 혼수라고 여자회원들은 어릴수록 환영받습니다.

보통 27살부터 등록하고 어리고 미모가 뛰어날수록 남자회원들의 환영을 받지만 남자 부모들은 그것보다 자식을 낳을 것을 생각해 나이, 키, 학벌, 직업, 특히 집안을 중요시합니다

남자회원들은 본인의 직업에 따라 일단 선호도가 매겨집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1년 반 넘게 근무해 보고 깨달은 점은 돈 몇백 몇천으로 팔자 고치는 곳이 결혼정보회사가 아닙니다.

너무 심하게 욕심부리면 사기 결혼을 하는 경우를 좀 봤어요.

 조건이 높고 까다로울수록 본인이나 가정환경이 누구나 탐나는 조건, 직업,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어야만

미팅도 잘되고 원하는 분을 만날 수 있고 비싼 회비가 아깝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혼조건이 너무 안 좋아서 결혼상대를 절대 못 만나서 가는 곳이 아니고 너무나 쉽게 회원으로 받아주는 곳은 의심을 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VIP 회원들을 관리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물론 여러 결혼정보 회사가 있어서 운영방식이 다양하니 잘 알아보시고 가길 바랍니다


엄청난 회비만 받고 책임감이 없는 곳도 많으니까요.

결혼을 진심으로 하고 싶으면 본인이 생각한 조건 8개 중 4개만 맞으면 결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키와 나이 사는 지역 최종학교 종교 직업 경제력 가족란 중 다 충족시키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선택해서 미팅하고 대화하면서 가치관등을 알아보면 좋은데 8가지가 다 맞아야 한다며 욕심을 내며 거절하는데 남자 의사 회원분이 여판사 회원분이 나이가 많아서 주저하길래 일단 한번 만나 대화하고 결정하라고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고 결혼했던 일이 참 보람 있었어요.


너무 상대에게 의지하거나 사랑하는 마음보다 필요에 의해 원하는 게 많다 보면 오래 못 가고 적어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건강한 결혼인 거 같습니다.

결혼은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말이 맴도는군요

조금도 양보 안 하고 계산적인 생각으로만 한다면 결과가 별로 안 좋은 거 같아요.

결혼을 잘하는 것보다 같이 잘 사는 게 진심 중요해서 너무 서두르지 않고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인지 비슷한 환경에 가치관을 보고 결혼하면 좋을 거 같아요.


회사에서는 제가 더 오래 다니길 원하였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다녔고 집안 사정으로 인해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남의 중대한 인생에 관여하는 게 무섭기도 하였지만 그동안 좋은 기회를 가졌고 열심히 좋은 인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인생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만난 인연들과 결혼하는 건데

조금은 안 맞고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노력하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짝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어여쁘게 보며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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