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번째 스무살 Jul 05. 2024

과거 정리

버리기





요즘 내 관심사는 정리하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작년 12월에 돌아가시고 올해 5월 27일까지 마지막으로 시어머니 짐 정리를 전부 다 했다.

시어머니의 짐들은 살 때는 거액으로 샀지만,

가죽 소파는 일 년도 못 쓰고 단돈 5만 원에 팔았고, 가전제품들은 거의 무료로 가져갔다.

 5개월 동안 시어머니의 물건들을 조금씩 버리며 짐 정리를 계속했다.

5월 27일에 마지막 큰 짐들을 처리하기 위해 11층 아파트로 이삿짐센터 사람들을 불렀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남편이 계약한 이사 계약금액을 무시하고 배로 부르며 물건들을 훔쳐가는 모습을 보며 너무 속상하고 우울했다.

 남편은 화가 난 나에게 모든 걸 잊고 좋은 것만 생각하자고 했지만, 며칠 동안은 많이 속상했다.

몇 달 동안 너무 많은 시어머니의 짐들을 버리면서 힘도 많이 들었고, 여러 생각들이 나에게 반면교사의 깨달음을 주었다.


시어머니의 김치냉장고를 우리 집에 가져와

공간 재배치를 하면서 집안 청소와 정리를 시작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정리할 수 없어서 핸드폰 캘린더에 정리할 것을 썼다.

 요일별로 수요일은 부엌, 금요일은 베란다로 나누어 하루에 다섯 시간씩 청소와 정리를 했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정리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이나 책들을 참고했는데,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는 것이 강조되었고 꼭 필요한 것만 챙기게 되었다.

 재고 정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들과 찾지 못해 또 사는 물건들… 물건들의 자기 집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실천하는 기간 동안 나의 생활을 많이 반성했다.


그동안 나는 물건들에게 과거에 집착해 의미를 부여하고, 물건들을 버리려고 마음먹으면 불안해졌다.

 결정장애와 결단력 부족이 나를 힘들게 했다.

꼭 필요한 물건도 아닌데 많은 짐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정리를 통해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실천하고 노력하니 정신적인 허기가 채워지는 것 같았다.

주변이 어수선하고 꽉 차야 직성이 풀리는 습관을 고치기로 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오래 두고 꼼꼼히 정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살 때는 너무 좋아서 설렜던 물건들이 이제는 짐으로 여겨져 존재감 없이 옷장과 냉장고, 냉동고에 쌓여만 갔다.

저장 강박증이 있어서 항상 생필품이 여유 있어야 했고, 50% 세일이나 1+1은 포기 못하고 일단 샀다.

집안이 점점 좁아지다 보니 더 큰 집으로 이사 갈 궁리만 했다.

 이제는 몸이 안 따라주고, 관리하고 청소하고 정리하기가 힘들어지니 가지고 있는 것만 잘 쓰기로 했다.


매일 정리하면서 느끼는 건데,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마음이나 정신은 조금씩 깨어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그동안 무릎 아프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힘들다고 기본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부터는 시간이 나는 대로 정리정돈을 습관처럼 할 생각이다.

3개월 동안 지속해야 습관이 된다니 일단 3개월 동안 꾸준히 버리고 정리정돈을 해야겠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기로 결심했고, 집을 넓게 쓰기 위해서 더 많이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하루에 한 개씩 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더 늙고 아프기 전에 정리정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집안 청소 정리를 해도 티가 안 나고 잘 모르겠더니, 점점 하다 보니 깨끗해지는 게 보여 힘들어도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마다 자기 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 같고, 청소할 건강이 감사하다.

정리를 통해 과거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도 매일 습관처럼 짧은 시간이라도 정리정돈을 해야겠다.


1. 재고 정리 파악하기

2. 같은 물건들의 자기 집 만들기

3. 3개월 동안 꾸준히 정리 정돈해서 습관 만들기

4. 저장 강박증 고치기

5. 세일 1+1에서 탈피하기


꼭 실행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오르막길 가려는 딸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