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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혁 Feb 11. 2024

천재도 매일 썼다는데....

2024년에 다짐하는 본격 글쓰기 작업

2022년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꽤 글 쓰는 재미를 느꼈다. 별 욕심 없이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써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나름 반응과 응원을 많이 받았더랬다. 제일 의외였던 것은 지금도 이 브런치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곳에도 자본주의가 있었다'가 받은 관심이었다. 산토리니 카페에서 '안토닌' 아줌마와 이야기하면서 어렴풋이 들었던 감정을 오랫동안 묵혔다가 정리해서 올린 글이었다. 누구나 동경하는 아름다운 곳에서도 결국엔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것, 일상을 피해서 떠났던 여행지에서 만난 자본주의의 그림자에 대한 뭔가 먹먹함이랄까,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운도 좋게,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다음 메인 여행 항목에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랜덤 하게 등장하긴 했지만, 브런치 메인에도 큼지막한 산토리니 사진과 '그곳에도 자본주의가 있었다'라는 제목이 떡하니 떠 있었다. 꽤, 아니, 많이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은다는 것만큼 인간을 기쁘게 하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브런치 담당자의 선택인지 몰라도 덕분에 약 2만 명이 넘는 조회수가 그 글의 통계표에 찍혀 올라왔다. 가수들이 무대에서 행복한 이유, 작가가 작품을 또 하나 세상에 내놓는 기분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글을 한 달에 한 편은 써보려고 노력했다. 한 편의 글을 위해서 틈틈이 자료를 찾고, 내용을 구상했다. 막상 자리에 앉아서도 짧은 글을 한 편 쓰기 위해 두세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글쓰기가 멈춰졌다. 월급으로 하는 밥벌이가 바쁘다는 이유로, 직장을 알아본다는 이유로 글쓰기는 저 뒤편으로 밀려났다. 자료를 찾을 여유도, 글을 구상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한 그 기간마저도 '글 써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다. 그런데 예전처럼 자료를 찾아두고 내용을 구상하는 그 시간이 두려웠다. 소위 말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글쓰기로부터의 도망이 지속되었다. 브런치라는 어플마저 나에게 낯설어지던 어느 날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정리하다 브런치 어플을 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일 적어도 1~2명, 때때로 많게는 5~8명 내외의 사람들이 브런치를 들러주고 있었다. 적은 수이지만 독자들(?)에게 미안과 감사, 그리고 나름의 사명감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빈에 들르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중 슈테판 성당 뒤편에 자리하는 모차르트 하우스가 있다.  그는 빈에 살면서도 경제적 여유에 따라 이사를 여러 번 다녔다.  이 모차르트 하우스는 그가 가장 잘 나갔던 전성기 시절 빈에서 살 때의 집이다. 한국어 가이드를 들으며 모차르트 하우스를 걸었다. 그리고 한 공간에서 잠시 멈춰 섰다. 당구대가 놓인 그의 작업실이다. 우리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본 것처럼 그는 매일 일정한 시간 이곳에서 곡을 작업을 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그는 오선지 위에 그만의 리듬을 적어내려 갔다. 그렇게 그는 35년의 짧은 시간 동안 600곡이 넘는 작품을 우리에게 남겼다.

좌측: 빈의 모차르트 하우스 우측: 영화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출처: 필자, 영화 캡쳐)

워낙 많은 작품이 영화화, TV드라마화되어 어떤 유튜버는 '또띠븐 킹'이라고 부르는 현대 미국 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은 그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작품을 시작하면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건 간에 얼간이 같은 일벌레처럼 매일 빠지지 않고 글을 쓴다고 한다. 매일 오전 자신이 정한 시간대에 글을 쓰고 독서를 한단다. 그렇게 올해 76세가 된 거장은 60여 편의 장편과 200편의 단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나는 모차르트나 스티븐 킹 같은 천재의 범위에는 전혀 들어가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글 쓰는 사람을 자처했더랬다. 그런 천재들이 매일 쓰고 있었음에도 매일 쓰지 않는 내가 글 쓰는 사람을 자처했더랬다. 왠지 쥐구멍이 절실하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도전은 부딪치고 그 와중에 정상을 향해가는 여정이다. 글쓰기 준비가 미흡하다는, 어렵다는 변명에 정상을 향한 여정을 피해 숨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올해는 작은 결심을 해보았다. 한 달에 한 편, 일주일에 한 편이라는 작위적 약속은 하지 않겠다. 하루에 30분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나 일단 써보겠다. 여행기던, 영화나 공연의 후기던 일단 30분은 무조건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려보리라. 거장들 앞에서 그래도 나도 당신들을 쫓아 글 한 편 적어가던 사람이라고 소개하기 위해서, 그리고 하루에 한 명이라도 이 브런치를 방문해 주던 독자들에게 당당해지기 위해서.


"천재도 매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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