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연 Nov 20. 2023

축하해 줄래? 샘 ADHD 진단받았어!

어느 ADHD 국어 강사의, (어른) 아이들을 위한 귀띔

22.05.24


 폭풍 같은 수행이 끝나자마자 다시 기말고사 준비 기간이 돌아오게 되었어.

무슨 말로 너희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오늘은 샘의 숨겨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샘은 오늘 병원에 가서 샘이 'ADHD'라는 진단을 받고 왔어.

다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거나', '심각해지거나', '저 사람은 왜 강사인데 학생들한테 저런 거까지 말해?'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사실 샘은 너희들에게 '축하'를 받고 싶어서 사실을 밝힐 생각을 하게 되었어.

병을 진단받았는데 왜 축하냐고?

그건 내가 드디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


 샘은 10대 시절부터 늘, '나는 왜 노력하지 못할까?', '치열하게 살지 못할까?', '열정이 없을까?', '꿈이 없을까?', '산만할까?', '집중력이 없을까?', '머리가 나쁠까?' 생각하면서 살아왔단다. 학교 다닐 때 지각을 많이 하고, 잠도 많이 자고, 멍 때리는 얼굴을 자주 해서 별명이 스누피였지.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목표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지. '나도 꿈이 있다면 노력하지 않을까? 내가 지금 이런 건 목표가 없어서야'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


 그런데, 얘들아. 그런 건 다 '핑계'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나 꿈 없이 살거든.

열심히 하는 것과 꿈을 성취하는 것은 언뜻 인과관계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깊이 들여다보면, 그렇진 않음을 알 수 있어.


 샘이 중간고사 전 말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 이유는 그때 말했으니 생략하고,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해.


 샘은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고', '똑 부러진 성격'을 갖고 싶어서 20대에 들어선 이것저것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아. 집은 인천인데 일부러 서울로 알바를 다니면서 왕복 4~5시간을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비효율적인 짓을 했지. 멀리서 일을 다니면 조금이라도 부지런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리고 20대 후반엔 강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 추가적으로 국어 교육학 관련 공부까지 하게 되었지. 힘들었던 시기는 늘 있었지만, 오늘은 그 당시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

샘은 왕복 5시간이 걸리는 직장을 주 6일 출퇴근하면서, 거기에 공부까지 병행했단다. 하루가 24시간이라면 9시간은 일하고, 5시간은 길바닥에서 허비를 하니, 나에게 남은 시간은 10시간뿐인데 그 시간 동안 공부하고, 자고, 먹고, 씻고 다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지.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런 비효율적인 짓을 왜 하냐고, 알바를 해서 몇 개월 일하고 몇 개월은 공부만 하던가, 직장을 집 가까운 곳으로 옮기던가, 아님 직장 근처로 자취를 하던가 선택했겠지? 그런데 그때 샘이 선택한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비효율적'인 행위였었단다.


 잠은 출퇴근하는 버스에서 보충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밤 12시 정도에 집으로 퇴근하면, 바로 책상 앞에 앉아서 새벽 4시나 6시 정도까지 공부를 했어. 그런데 실제로 앉아있는 시간이 5시간이라면, 사실 샘은 30분도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었어. 그때 몸이 굉장히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샘은 원래 '의지'도 없고 '열정'이 없는 성격인데, 억지로 공부하려니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았던 거야.

 처음에 몇 달은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앉아만 있었던 것 같아. 인강을 켜고, 책을 책상 위에 펼쳐두고, 집중이 안돼서 10초 뒤로 돌리기를 몇 번씩 반복하고, 휴대폰으로 딴짓하고, 게임하고, 유튜브 보고, 지금 공부하기 싫어서 딴짓하는 너희들과 똑같이 그렇게 시간을 썼지. 그런데 그건 '허비'가 아니란다. 그 또한 '노력'의 일부인걸 너희들은 알아야 해.

 그 당시 그때 내가 지킨 원칙이 딱 하나 있었단다. 나는 열정이 없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타고나지 않았으니까, 대신 노력이 몸에 익을 때까지 '노력'을 '노력할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누워서 자는 게 좋았겠지만, 샘은 절대 그러지 않았단다. 왜냐면 난 그렇게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야. 따라서 단 10분의 공부를 위해서라도 3시간은 피곤해도 앉아서 딴짓을 하며 참아냈고, 그 시간을 견뎌내는 '노력'부터 '노력'한 것이지.

 그러니 놀랍게도 몇 달 뒤에는 20분을 집중하게 되고, 30분을 집중하게 되고, 1시간을 집중하게 되고, 나의 그런 노력들이 몇 년간 쌓여서, 이제는 너희들 수업을 준비하면서 6시간도, 7시간도, 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현재의 내가 되었지! 사실 그 과정이 눈물 나게 너무 힘들고 고되었는데 (그때 다 늙은 거야) 알고 보니 사실 내가 주의력결핍장애라는 사실을 오늘 깨달았으니, 오히려 경사인 거 아니겠니?

 내가 약물의 도움 없이도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거잖아. 그래서 샘은 이 사실을 너희들에게 꼭 알려주고, 샘 진짜 대단해요! 진단 축하드려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오늘 이렇게 글을 남긴다.

 얘들아, '나'를 바꾸는 것은 이렇게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단다. 나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해. 자는 법, 행동하는 법, 생각하는 법, 시간을 쓰는 법까지.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의 모든 '패턴'을 바꿔야 너희들의 삶이 달라진단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 샘 직장 다니면서 공부하던 시절, 일주일의 휴가를 얻었는데 그때 1주일 동안 독서실에서 14시간씩 공부를 했지. 말이 14시간이지 집중 못하는 시간이 절반이 넘었단다. 5일째 되더니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너무 힘들어서 정말 엉엉 눈물이 나더구나.
그렇게 두 시간을 넘게 독서실 자리에서 앉아서 울었지. 힘들 땐 나가서 바람을 쐬는 게 아니라, 자리에서 '버텨야 함'을 그때 깨달았단다. 왜냐면, 서러움이 가시 고나니 글자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그때 바람 쐬고 돌아왔다고 내가 집중이 되었을까?

 지금도 샘은 늘 '노력하기'를 '노력'하는 중이야. 그래서 너희들 중 열정이 샘솟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부럽고 대단해 보일 수가 없단다. 공부머리보다 더 빛나는 재능이 바로 성실함이지. 그런데 우리가 그런 성실함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성적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고 나를 판단하기 이전에, 스스로 나는 '노력'을 '노력'해야 하는 사람인지부터 진단하고 파악해야겠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위해 현재를 '고통스럽게' 버텨내야 하는지, 내가 왜 나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왜냐면 공부는 누구에게나, 절대로, 즐거울 수 없거든.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 엄마에게, 아빠에게, 친구에게, 선생님에게 맘껏 물어보렴.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혼내시더라도, 당당하게 물어보길 바란다.

기말고사를 준비하며, 샘이 :)

작가의 이전글 에픽하이, 그리고 삼순이의 거짓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