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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Nov 24. 2023

가랑비에 옷 젖는 냥

삶의 99%가 일인 한 국어강사의 '1%'

22.03.11

처음에는 갑자기(?) 길바닥 입양을 하게 된 것이라 사실 널 사랑한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어느 여름날, 엄마가 교회 가던 길에 만나서 내 방 창문(창살 사이로)으로 널 넣어줬었거든. 사료 먹은 다음에 자연스럽게(?) 같이 침대서 낮잠을 잤었다. 미운 얼굴인지 입양을 못 가서 우리 식구가 되었던 너.
늘 잔병이 많아서 일 년에 두세 번은 병원 신세를 지고, 화장실 모래도 포클레인처럼 파서 거실을 사막으로 만들어놓고,  밥도 안 씹고 삼켜서 세 번 중에 한 번은 꼭 사료 토해놓고(금사료인데!), 고양이처럼 울지도 못하고 앙! 하고 소리 지는 게 전부인, 이름을 부르면 강아지처럼 폴짝 거리며 뛰어오는, 애정표현이 긁고 할퀴고 깨무는 거라 오해를 사는, 아주아주 산만한 고양이.
그런데 5살 땐가, 밤에 자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때 내가 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너는 처음부터 날 사랑해 줬는데, 나는 5년이나 걸렸구나, 세상엔 이런 사랑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너.
돌이켜 보면 너는 항상 내가 집에 있을 때면 늘 내 옆에서 요렇게 나에게 찰싹 붙어있지.
아, 이게 너의 사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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