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이피 Nov 23. 2023

옷장 속 방랑자를 위하여


  나는 어떻게 살고 싶고 어떤 삶의 방식을 가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우선시 되었으면 한다. 화두를 던지고 싶다. "패션 스타일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돌아보자." 자신의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고 일주일이 어떻게 설계가 되어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은 충분히 가치 있을 것 같다. 사실 삶에 대한 이야기에 힘을 실어야 할지, 옷을 잘 입는 방법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할지 고민했다. 천천히 글을 읽어보며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취향을 가지고 있나."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글이 자신의 취향을 찾아 헤매는 방황의 시간을 겪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부디 빛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으면.. (하트)



  나는 모든 옷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청바지에 대한 애정은 특히 깊다. 청바지가 내 옷장을 가장 많이 차지한다. 옷을 잘 입는 느낌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다. 색감, 소재, 핏감, 포인트, 전체적인 실루엣 등 많다. 결론적으론 자신의 체형 장단점, 취향, 라이프 스타일, 소비행태, 선호하는 스타일을 잘 알아야 한다.

 

출처 - 핀터레스트

  체형을 고려해 최대한 비율 좋은 핏을 찾자. 사람마다 부위별 체형이 다 다르기에 자신의 단점은 커버하고 장점은 더 돋보이는 핏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체형 중 크게 부각 되어 보이고 들어갈 곳은 더 핏하게 입어 더 들어가 보이게 연출하는 걸 선호한다. 상의는 기장이 너무 길지 않고 부피가 큰 옷들은 피한다. 내 체형의 장점은 어깨선이 직각으로 떨어지고 단점은 허리 단면이 남들보단 좀 더 넓어 옆에서 보면 얇지만 앞에서 보면 어느 정도 통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의는 허리통을 분명하게 핏하게 잡아주고 108cm에서 112cm 사이 기장으로 발목 아래까지 내려오는 레귤러핏, 세미오버 핏 팬츠를 입는다. 여기서 허리를 잡아주기 위해 중요한 건 소재이다. 슬랙스 같은 폴리 원단이나 얇은 면 소재는 내 단점을 커버하기엔 아쉽다. 허벅지부터 무릎 사이는 좀 딱 맞게 가주고 무릎 아래부터는 조금씩 오버하게 떨어지는 세미 오버의 청바지가 허리도 잘 잡아주고 동시에 다리도 길어 보이게 한다. 여기에 기장이 긴 티셔츠나 슬리브리스, 후드티를 빼서 입을 경우 하체 비율이 짧아 보인다. 얇은 면 소재의 티나 슬리브리스는 넣어입거나 후드티 같은 두께 감이 있는 상의는 옷 밑단에 타이트하게 셔링이 잡혀있는 세미크롭한 기장의 후드를 입는 걸 선호한다. 티셔츠로 레이어링 해서 좀 더 빈티지한 무드를 가져갈 수도 있으며 비율도 챙길 수 있다.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면 비율을 확실히 살릴 수 있다.



출처 - 핀터레스트

  전체적인 무드가 자연스러운 옷을 매치하자. 옷을 잘 입는 법은 스타일링과 연출법의 영향이 크다. 본질적으론 자신을 잘 알아야한다. 내 몸 체형과 얼굴에 잘 받는 색감과 소재, 여기에 내 취향을 접목시키면 된다. 현재 내 옷장 속에서 잘 입고 있는 옷들을 기준으로 그것들과 함께 매치하였을 때도 잘 입을 수 있는, 결이 같은 옷들을 위주로 쇼핑하면 된다. 단순히 색이 이뻐서, 소재가 특이해서, 디테일이 많아 유니크해 보여서 산 옷들을 입어보면 생각보다 어딘가 어색하다. 그 이유는 평소 잘 입고 있는 옷들의 스타일과 결이 다른 옷들을 매치했을 확률이 높다. 한 가지에서 두 가지 정도 장르의 옷을 믹스 매치하는 걸 추천한다. 



출처 - 핀터레스트

  옷에 대한 만족을 단순히 소비에 그치지 말자. 옷을 잘 입는 건 단순한 소비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를 하기 전에 내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야 TPO에 맞는 옷을 잘 입을 수 있다. 아무리 멋지고 간지 있는 옷을 입더라도 장소와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이라면 안 입는 것보다 못하다. 직장인, 학생, 운동선수는 하는 일이 다르고 주어진 환경이 다 다르다. 물론 운동선수도 청바지에 셔츠 입을 수 있다. 하고싶은 말은 좀 더 나에게 맞는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선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잘 입을 수 있고 자주 사용할 것들을 똑똑히 알아야 무엇에 좀 더 비싼 돈을 주고 투자할지를 안다. (우리의 돈은 한정적이다.) 무작정 한순간에 끌려서 구입한 물건과 옷은 잘 안 쓰거나 안 입게 된다. 내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옷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만들어주면 더 애착을 가지고 입게 되고 거기서부터 만족감을 얻게 된다. 필요에 의해 투자한 만큼 더 오래 입게 된다. 옷을 디자인 측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실용성을 하나둘 따질 수 있게 된다. 옷을 많이 사보면 결국은 실용성이 우선이 된다. 그러다 보면 명품소비의 행태도 점점 바뀌게 된다. 



출처 - 핀터레스트

  투자할 가치가 있는 옷을 잘 선별하자. “옷을 누가 더 잘 입나?”에 대한 답은 다양 각색이다. 하지만 부티가 옷을 잘 입게 만들지 않는다. 프라다 삼각 로고가 있어서 그 사람이 옷을 잘 입는 게 아니라는 건 모두가 잘 안다. 그렇게 많이 꾸미지 않은 것 같은데 귀티가 나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귀티라는 건 옷으로만 나올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 사람의 표현하는 방식, 말하는 방식, 태도와 억양, 선택한 단어, 고운 피부와 머릿결, 입은 옷과 감도 있는 취향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만들어 낸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패턴과 로고만으로 명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 옷에 그 가격이 붙은 합당한 이유를 찾아낸다. 소재에 따른 공정과정과 기술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요즘은 로고가 없으면서 사용한 소재가 좋고 테일러링 기술이 뛰어난 옷들을 눈여겨보고 합당한 가격이라 생각하면 그 나머지는 그 브랜드의 철학과 지금껏 그들이 고수해온 브랜드 신념, 즉 브랜드값이라 생각하고 최종적으로 명품을 소비한다. 그렇게 잘 선별한 옷을 입고 최상의 만족을 얻는 과정이 있어야만 현명한 소비를 한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점차 감도 깊은 취향을 알아가고 정착하고 싶은 몇 가지 브랜드가 생길 것이다. 복잡다단한 시대에 사는 현대인이 자기주관을 가지고 자기 형편에 맞는 옷차림을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출처 - 핀터레스트

  많이 찾아보고 입어보자.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입었는지 많이 참고한다. 처음에 누굴 참고해야 할지 어렵다면 내 취향의 옷을 입은 패션 인플루언서를 정해 참고해보자. 아니면 선호하는 패션 키워드를 정해 ‘핀터레스트’에 검색해서 내 취향의 스타일링을 복사하면 된다. “이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릴까?”라는 상상에 그치지 말고 직접매장에 찾아가 옷 소재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는 시간이 탄탄한 내공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도서관에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 책을 많이 읽을 수밖에 없다. 옷도 비슷하다. 여러 옷을 시도해봐야 진짜 내 취향을 알 수 있다. 결국엔 옷을 잘 입는 것도 다 노력이고 실행력에서 나온다. 굳이 사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입어보고 부지런히 매장을 다녀보자. 


출처 - 핀터레스트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입어보니 가장 중요했던 건 '기본템' 이었다. 오늘 입은 모습이 무언가 부족해 보였을 땐 항상 제대로 된 기본템을 필요로 했다. 옷이 필요해진 시기, 사고싶은 물건이 있을 때  제대로 된 기본템들을 먼저 사는 걸 추천한다. 쉽게 낡고 해지는 흰티만 면 수가 높은 티셔츠로 바꿔만 줘도 룩이 한결 달라보인다. 경험 상 겨울에 입은 코트보다 중요한 건 안에 입은 이너티였다.  전체적으로 답답해보이고 추워보이는 이유는 너무 짧거나 높은 양말이었다. 계절감에 맞게 양말만 바꿔만 줘도 한결 TPO에 맞아보인다. 작은 디테일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차이이다.  여름에는 옷으로 겉치레를 할 수 없으니 시원한 색감의 악세서리를 이용한다. 심심한 룩에 작은 포인트를 주는 위트를 좋아한다. 머리 스타일도 중요한 요소이다. 내가 입은 옷과 더 잘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링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옷차림 관리가 자기관리인 셈이다.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껏 답이 있는 것 마냥 떠들어 댔지만 패션과 스타일에 맞고 틀린 건 없다. 내 마음에 들면 그만이다. 

 나는 기본이 충실한 건강한 옷차림새가 좋다. 브랜드 로고가 드러나는 차림새가 아니라 취향, 안목, 교양이 드러나는 옷차림을 선호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차림이 아니라, 내가 우선적으로 돋보이게 하고 그다음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스며드는 옷차림이 좋다.



“자기 취향을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자기 취향이 확고히 정립되려면 성숙한 내면, 자존감,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자존감이 높으면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된다. 이유는 무조건적으로 남을 따르거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서가 안정되고 취향이 확실해지면 무분별한 과소비와 충동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자기가 누군지 분명히 알고,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잘 파악해 부화뇌동하지 않고 분수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행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쫓을 필요는 없지만 현재 흐름을 잘 파악하고 이를 참고하고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트렌드가 아무 의미가 없어질 때 진짜 멋쟁이가 된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中-



작가의 이전글 공유결합 [共有結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